[오션 뷰] 어업 침체 극복, TAC-ITQ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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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고 부경대 교수·세계수산대학원 원장

대내외적으로 힘든 변화의 시기였던 기해년은 가고 경자년을 맞았다. 근해어업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될 전망이다. 주요 업종들의 자원 및 어획량이 감소하고 어업 생산성 저하에 따른 어업 경영 악화, 나아가 시장 수급 불균형과 수입 증가 등의 문제가 혼재하고 있다. 더욱이 기후변화의 영향과 인접국들의 어업 관계에 연계된 어업 생산의 불확실성과 내재적으로 상존하는 과잉 어획 능력, 어선원 구인난, 어업인 노령화가 심화하는 상황이다.

2000년대 들어 지금까지 자원조성 사업, 자원회복 사업, 구조조정 감척 사업 등 다양한 어업 자원·관리 정책들이 추진됐다. 하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의 자원량과 어획량, 소규모 생산의 낮은 수익 구조에 머물면서 과잉 어획과 남획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들이 수십 년간 되풀이되고 있다. 이에 대한 정책 수단으로서의 해결책도 한계에 다다랐다.

국내 근해어업 장기 침체의 늪

수산제도 혁신에서 실마리 찾아야

TAC-ITQ 전 세계 효용성 입증

2020년, 정책 합의 도출 전환기로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수산업의 미래 산업화를 위해 오는 2030년 수산업 총매출 100조 원과 연근해 자원량 500만 톤, 4만 개 일자리 창출을 골자로 하는 ‘수산혁신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제도 개선 내용은 현재 25% 수준인 총허용어획량(TAC) 관리 대상종 어획 비율을 2030년까지 80%로 늘려 근해어업을 생산 지원 중심에서 자원 관리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자원관리형 어업 구조의 기반이 되는 TAC 제도는 이를 근간으로 하는 할당어업이 개발돼 현재 다양한 어업 형태로 발전 중이다. 국가는 수산 자원 관리에 집중하고, 어획량을 할당받은 어업인들은 산업적 기업 정신을 발휘해 자율적 조업을 행함으로써 조업 효율성과 수익성 증대를 꾀하고 새로운 기술 개발이나 할당량 거래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TAC 제도의 할당어업 중에는 개별할당 어업(IQ), 개별어선 할당어업(IVQ), 개별양도성 할당어업(ITQ·Individual Transferable Quota) 등이 있다. 여기서 시장경제 원리에 근접하는 할당어업으로 많은 선진 어업국에서 각광받는 것이 바로 TAC-ITQ 제도다. 이 제도가 어업 관리에 처음 도입된 것은 1930년대 미국의 넙치어업이다. 이후 일부 선진국이 제도를 도입한 결과 과잉 어업 세력, 자원 지속성, 그리고 어업 경제 및 조업 안전 등의 문제에서 효용성이 충분히 입증됐다.

전 세계 어획량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수백 어종이 현재 TAC-ITQ 제도 또는 그와 유사한 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 제도의 이점은 경쟁 조업 방지 효과와 어선의 생산 효율성의 제고, 남획과 선상 가격의 억제 등을 통해 어업의 고질적인 병폐인 낮은 수익 구조(지대 소멸)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연안국들이 이 제도의 시행에 강한 정책적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인접국 일본도 할당량 양도가 가능하고 개별 어업자의 경영 전략에 따라 경영 규모의 확대 및 축소 등이 가능한 TAC-ITQ 제도 도입을 주장한다. 특히 일본처럼 어업이 장기 침체된 경우에는 이 제도가 어업인 스스로 과잉 어획 능력을 감소시키고 경영 통·폐합을 선택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해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아이슬란드, 이탈리아 등이 이미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핀란드, 노르웨이 같은 많은 연안국들도 시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근해어업은 그동안의 불합리한 조업 관행을 과감히 제거해야 하는 조정기에 진입했다. 향후 10년간 지속적 어업 안정기로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어업의 고질적인 문제와 생산 기반을 약화시키는 문제들을 과감하게 제거해 나가야 한다. 제도적 개혁을 통한 구조적 해결책은 TAC-ITQ를 실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업계가 힘을 합쳐 협동 어업 관리를 활성화하고 TAC-ITQ 제도를 뒷받침하는 수산혁신 정책 틀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

2020년은 우리나라 근해어업의 TAC-ITQ 제도 도입을 위한 정책적 합의를 도출하는 대전환의 시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지속적 어업 발전을 위한 실질적 제도 개혁에 스스로 앞장서서 실천해 나가는 어업인들의 노력도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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