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반 오면 ‘후다닥’, 길거리 흡연 과태료 하루 12건
지난해 부산지역 도시철도 출입구와 시내버스 정류소 주변 등 길거리 금연구역에서 하루 평균 12명이 담배를 피우다 적발됐다. 사진은 금연 표지판이 붙어있는 부산의 한 버스 정류소. 강선배 기자 ksun@
5일 오후 4시께 부산도시철도 서면역 5번 출구 앞. 도시철도 출입구가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스티커가 바닥과 벽면 곳곳에 붙어 있다. ‘도시철도 출입구 10m 이내는 금연구역입니다.’ 하지만 이런 문구를 비웃듯 시민 10여 명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들 옆으로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시민과 노인, 어린 학생이 지나간다. 출입구 옆 화단에는 담배꽁초 수십 개가 널브러져 있다. 김희진(27·가명) 씨는 “친구를 만나러 올 때마다 여기에서 담배를 태우곤 한다. 금연구역인 줄 알지만 담배를 피우는 사람 대부분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근절 안 되는 금연구역 흡연
부산 지난해 단속 4000여 건
인력 부족·비협조 단속 어려움
“어디서 피우란 말이냐” 반발도
‘다른 사람에 피해’ 인식 필요
지난해 부산에서 하루 평균 12명꼴로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 단속돼 과태료를 물었다. 하지만 ‘금연구역에서의 흡연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고 시민 의식이 개선되지 않아, 가뜩이나 부족한 단속 인력들이 애를 먹고 있다.
부산 16개 구·군의 흡연 단속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부산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 단속된 건수는 모두 4039건이다. 이는 하루 평균 12건에 달한다.
가장 많이 단속된 곳은 부산진구(1366건)였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서면에 젊은이들이 몰리고, 젊은이들이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많다. 단속 대부분이 서면 중심지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운대구(600건), 사상구(308건), 동래구(287건) 등이 뒤를 이었다. 영도구(45건), 강서구(39건) 등지는 상대적으로 단속 건수가 적었다. 영도구 관계자는 “관내에 지하철, 해수욕장 등 흡연을 집중 단속하는 장소가 적어서 건수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단속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인력 부족과 일부 시민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단속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각 구청의 흡연 단속 직원은 2~4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서구(7명), 동래구(6명), 사하구(5명) 정도가 그나마 많은 편이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지역을 돌면서 민원이 접수되면 해당 장소로 이동해 단속을 벌인다.
부산의 한 금연 단속원은 “민원을 받아 출동해도 이미 자리를 뜬 경우가 대다수이다. 또 막상 단속하려고 해도 일부 시민이 ‘왜 나만 잡느냐’고 욕하거나 인적사항을 일부러 다르게 말하는 등 반발이 만만치 않다”고 하소연했다.
부산진구 보건소 관계자는 “인력이 적은 것도 맞다. 하지만 인력을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흡연자들이 남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가져야 하고 구청도 처벌보다는 금연에 홍보를 늘려 흡연율을 떨어뜨리고 시민 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흡연자에게 담배를 피울 장소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0년 넘게 담배를 피운 애연가 최 모(54·부산진구 당감동) 씨는 “담뱃값의 대부분이 세금인데, 무작정 담배를 못 피우게 하거나 과태료를 물릴 것이 아니라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을 시내 곳곳에 지정하거나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