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의 아름다운 이별, 단박에 끊어라
흡연은 질병이다. 니코틴이라는 물질을 반복적으로 흡입해서 생긴 중독 질환 중의 하나다.
니코틴은 마약과 비슷한 물질로 기분을 좋게 해 담배를 지속해서 찾게 한다. 청소년들은 흡연을 시작한 지 1~2일 후부터, 하루에 2개비 정도의 담배만 피워도 니코틴 의존 증상을 보인다.
흡연을 시작하게 되면 10초 이내에 기분 좋은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마지막 담배를 피운 지 2시간이 지나면 몸에서 니코틴 부족을 느껴 담배를 찾게 된다.
금단증상이란 니코틴과 담배 속의 나쁜 물질이 몸에서 빠져나가 원래의 몸 상태로 회복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불안, 초조, 욕구불만, 집중 곤란, 우울, 불면, 두통 등의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금연 후 2~3일 이내에 그 증상이 최고조에 이르고 2~4주 동안 지속된다.
해운대백병원 가정의학과 김효은 교수는 “무작정 담배를 끊는 것보다는 금연 예정일을 정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성공률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금연, 본인 의지 가장 중요
전문가 도움 받으면 더 효과
패치 등 니코틴 대체요법 병행
운동으로 흡연욕구·체중 줄여야
‘전자담배 덜 유해’ 근거 없어
■서서히 끊는다 vs 단박에 끊는다
흡연자의 니코틴 의존도는 간단하게 흡연량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루 평균 10개비 미만으로 흡연하는 경우는 가벼운 흡연자, 10~20개비이면 중간 정도의 흡연자, 20개비 이상이면 심한 흡연자로 분류한다.
파거스트롬 테스트는 니코틴 의존도를 평가할 때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다. 이 설문 중에서 하루에 20개비 이상 흡연을 하거나, 아침에 일어난 후 5분 이내 첫 담배를 피우는 경우에는 니코틴 의존도가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니코틴 의존도가 높은 사람이 갑자기 흡연을 중단하면 금단증상 등으로 금연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때는 전문가의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조금씩 담배 개수를 줄여가는 것과 단박에 끊는 것 중에서 어느 방법이 좋을까. 서서히 줄이는 감연법보다는 칼같이 담배를 끊는 단연법이 성공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처음 금연을 시도하거나 금연 의지가 높고, 흡연 욕구를 충분히 참을 수 있는 때는 단연법을 추천한다. 하지만 이전에 심한 금단현상으로 금연에 실패한 경험이 있거나, 하루에 20개비 이상 많은 양의 담배를 피울 때는 감연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담배의 개수를 줄이거나 반만 피고 버리기, 하루 중 첫 담배 피우는 시간 늦추기, 담배 피우는 시간 간격을 점점 늘려나가는 식이다.
금단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니코틴 대체요법을 적용하면 금연 성공률을 2배 이상 높일 수 있다. 파스처럼 피부에 붙이는 니코틴 패치와 니코틴 껌, 니코틴 사탕 등이 대표적이다.
니코틴 대체요법은 일반의약품으로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보건소나 병원 진료를 받게 되면 의료인의 상담과 더불어 조금 더 저렴한 금액으로 살 수 있다. 니코틴 대체재는 흡연하면서 사용해선 안 된다. 패치를 붙인 채로 흡연을 지속하다가 심장 두근거림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현재 허가된 전문의약품 금연 치료제 약물요법에는 부프로피온과 바레니클린(챔픽스) 두 종류가 있다. 모두 금단 증상이나 흡연 욕구를 줄여준다. 바레니클린은 맛이 있다고 느꼈던 담배의 맛을 풀맛 또는 아무 맛이 나지 않게 한다. 이러한 약물요법은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보다 금연 성공률이 2~3배 정도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금연하면 살찐다? 전자담배 괜찮다?
금연을 시도한 후 살이 찌는 것을 경험한 이들이 가끔 있다.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이 무서워 금연할 엄두를 못 낸다는 이들도 없지 않다.
실제로 금연 후 평균 2~3kg 정도의 체중 증가가 보고된다. 담배를 끊으면 얼마간은 기초대사량이 감소하고 식욕이 왕성해져 살이 찐다. 흡연으로 인해서 억제되어 있던 미각도 회복돼 음식도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흡연 욕구를 다스리고자 군것질을 자주 하는 것도 체중이 늘게 되는 주요인이다.
그러나 이전보다 더 먹어서 늘어난 체중이 아니라면 금연으로 늘어난 체중은 1~2년 이내에 회복된다. 물론 비만도 몸에 좋지 않지만 흡연으로 인한 심혈관질환과 전체 사망률 위험에 비할 바는 아니다. 입이 심심해서 군것질을 계속하게 되는 경우에는 담배 대신에 물을 마시면 좋다. 운동을 통해 흡연 욕구도 줄이고 체중도 줄인다면 일석이조가 될 수 있다.
전자담배로 바꾸는 것을 고민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전자담배도 결국에는 니코틴이다. 순한 담배일수록 더 깊게 들여 마시게 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 전자담배가 더 많은 니코틴을 흡수할 수도 있다.
전자담배가 덜 유해하다는 근거는 여전히 없는 상태다. 오히려 기존 담배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미세 유해 물질이 검출되거나 전자담배로 인한 폐 질환 발생 등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김효은 교수는 “차선책으로 일반담배의 대안으로 전자담배를 고려해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금연을 목적으로 전자담배로 바꾸는 것은 니코틴과의 이별을 뒤로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