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비극’ 이지현 씨, 사망 20일 만에 부산 집으로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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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서 숨진 이지현 씨. 스페인서 숨진 이지현 씨.

속보=스페인에서 불의의 사고로 숨진 이지현 씨(부산일보 지난달 26일 자 2면 등 보도)가 그리운 고향 부산으로 돌아온다. 스페인 마드리드 관광청 건물을 지나다 떨어진 석재 파편에 맞아 숨진 지 20일 만이다.

지현 씨는 아버지 이성우 씨, 어머니 한경숙 씨와 함께 대한항공 직항편으로 8일 오후 3시 5분에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다. 고향인 부산에는 국내선으로 같은 날 오후 6시 20분에 도착한다. 지난해 3월 스페인 북부 바야돌리드로 유학을 떠난 지 9개월여 만이다.

내일 오후 6시 께 김해공항 도착

9일 시민단체 ‘위로의 밤’ 행사

유가족, 사고현장 추모 동판 추진

숙부 이창우 씨가 그린 지현 씨 모습. 숙부 이창우 씨가 그린 지현 씨 모습.

시민대책위는 8일부터 부산진구 시민장례식장에서 삼일장을 치른다. 9일 ‘고(故) 이지현 양 추모, 가족 위로의 밤’에서 이번 사건을 함께 슬퍼해 준 시민들을 위한 자리도 연다. 여기서 사건 경과 보고, 유가족 감사 인사 등이 예정됐다. 발인은 10일 치러지고 장지는 부산 기장군 부산추모공원이다. 가족들에게 ‘찰보배’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부산의 딸’이 다시 부산에서 영원한 잠에 든다.

유가족은 사고 현장에 ‘이지현 씨 추모 동판’ 설치하기 위해 6일 현재 마드리드 당국과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아버지 이 씨는 “지현이 사고를 계기로 교민이나 재외국민 안전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면 좋겠다”면서 “만약 추모 동판이 사고 지점에 생긴다면 사고가 난 지 1년이 되는 12월 20일에 다시 찾아 추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드리드 관광청 측은 동판 설치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지난 3일 유가족과 만난 마르타 리베라 마드리드 문화관광청장은 “사고 당시 병원까지 함께했다.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동판 설치는 마드리드시 소관이지만, ‘추모 동판’ 설치를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스페인노총(CCOO)도 공감의 뜻을 밝혔다. 또 비극적 사고에 대한 진상이 철저히 규명되고 재발 방지책도 충분히 강구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유가족 측은 그동안 사건 경위와 수사 내용 설명, 스페인 정부의 공식 사과, 마드리드 주정부 명의의 장례 진행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스페인 당국의 공식 사과나 메시지는 없었다. 오히려 마드리드 주정부는 이번 사고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입장만 강조하고 있어, 유가족은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한국 외교부의 대응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건 발생 이후 스페인 한국대사관은 숙소 등 기본적 지원만 했을 뿐 스페인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현지에서 통역을 도운 유학생 김현주 씨는 “스페인 행정때문에 답답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 일로 스페인 관료체제의 민낯이 드러났다. 지현씨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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