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복도로 초량2구역, 성냥갑 아파트 이젠 안녕~
‘특별건축구역’이 추진되는 부산 동구 ‘초량2재개발’ 지역 조감도. 기존의 일렬 배치에서 벗어나 주변 경관과 어울리게 역동적으로 건물이 배치돼 있다. 부산 동구청 제공
“일렬로 다닥다닥 붙은 성냥갑 아파트여, 이제 안녕~.”
부산 동구 산복도로에 층수가 다른 아파트나 건물이 역동적으로 배치돼 도시 경관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산복도로에서 북항까지 이어지는 도시 풍경과 뒤편의 산세를 가리지 않는 게 목적 중 하나다. 건축물을 주거지로서의 ‘기능적 측면’만이 아니라 도시 경관으로서의 ‘미적인 측면’에서도 고려하자는 움직임이 동구 산복도로를 중심으로 불기 시작했다.
부산 동구는 “초량2재개발 구역에 들어설 아파트 건축물의 디자인을 창의적으로 구상하기 위해 건축과 관련한 일부 법령을 적용하지 않거나, 완화하기 위해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부산시에 2월께 요청할 계획이다”고 8일 밝혔다. 지정 요청서는 건물 간 일정 거리를 확보해야 하는 건축법을 완화해 자유롭게 아파트를 배치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동구, 시에 특별건축구역 요청
부산 민간개발지역 첫 지정 추진
층수 등 산복도로 경관과 조화
획일성 벗고 역동적 디자인 유도
특별건축구역이란 건축물에 대한 디자인 등을 창의적으로 구상하기 위해 건축과 관련한 일부 법령을 적용하지 않거나, 완화해 적용하는 제도다. 기초자치단체가 시에 특별건축구역지정을 요청하면 시는 관련 부서 협의를 거친 뒤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친 뒤 최종 결정한다. 동구는 2월 말 최종 지정 고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지정을 추진하는 초량2재개발 구역 사업면적은 8만 7304㎡로 모두 1862세대가 입주 가능하다. 착공은 빠르면 2021년 하반기에 이뤄질 전망이다.
동구는 특히 아파트 건물의 배치와 층수를 역동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건물 간 간격인 ‘인동 간격’ 완화를 요구했다. 건축법 61조에 따르면 일조량 등의 확보를 위해 인접한 두 건물 사이의 간격을 높은 건물 높이의 0.6배, 낮은 건물 높이의 0.8배 중 더 큰 수치만큼 확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구는 이번 특별건축구역이 추진되는 산복도로 특성상 같은 높이의 건물이라도 고도가 달라 일조량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봤다. 이 규정의 완화는 기존의 일렬 배치나 ‘ㅁ’형 배치가 아닌 역동적인 건축물 배치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일대가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면 뒤의 산을 가리지 않는 한에서 건물들이 자유롭게 배치된다.
동구 관계자는 “법령이 완화되더라도 산복도로 경사 때문에 건물이 다른 건물의 일조량을 침해하는 일은 거의 없다”며 “고층과 중저층이 혼합돼 기존의 획일적인 아파트 모양을 탈피하고, 건물들이 자유로운 배치를 통해 주변 경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 일대가 부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대를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지난해 열린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창의적인 건축물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원도심에 활기를 불어넣고, 이를 통해 지역이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아파트 단지에서 탈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꼽혔다. 더불어 산복도로가 많은 부산의 특성을 잘 반영하기 위해 부산시 소속 총괄건축가가 아파트 설계에도 자문 형식으로 참여할 예정이라 ‘부산형 아파트’ 탄생에 기대가 모인다.
특히 공공이 아닌 민간개발 영역에서 특별건축구역이 부산에서 추진되는 건 처음이다. 서울에선 반포동 ‘아크로 리버파크’ ‘신반포3차·경남’ 등 민간개발지역이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됐다. 부산에서는 2016년 6월 시가 자연과 환경이 어우러지는 자유분방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을 유도하기 위해 북항 재개발 사업지구 일원을 특별건축구역을 지정했다. 북항재개발 사업면적 중 42%가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 높이·용적률·건폐율 등의 제한이 완화됐다.
부산시 관계자는 “특별건축구역 지정이 건축법 일부를 완화해 주는 일종의 ‘특혜’인 만큼 꼼꼼한 심사를 통해 주거 기능을 해치지 않는지, 거주민의 사생활 보호는 하는지 등을 따져 지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