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아들 4년 간 필리핀에 버려둔 한의사 부부 나란히 실형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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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법원. 부산일보 DB. 부산지방법원. 부산일보 DB.

자폐증세가 있는 친아들을 '코피노(한국인과 필리핀인 사이에 태어난 아이)'라고 속여 필리핀에 버린 뒤 연락을 끊은 매정한 부모가 1심에서 나란히 실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4단독 부동식 부장판사는 9일 "아동 유기와 방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 A 씨와 아내 B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남편 A 씨는 지난 7월 구속기소됐고,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아내 B 씨 역시 이날 법정구속됐다.

법원에 따르면 A 씨 부부는 2014년 정신 장애가 있는 아들(당시 10세)을 필리핀의 한 공항에서 현지 한인 선교사에 맡긴 뒤 그대로 귀국했다. A 씨는 선교사에게 '아이는 코피노이며 먹고 살기가 힘들어 어쩔 수 없이 맡긴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출국 전 아이 이름을 바꾼 A 씨 부부는 귀국 후 양육비 3500만 원을 송금하고 전화번호는 물론 이메일 계정까지 폐쇄했다. 선교사와 아이가 행여 한국으로 연락해서 자신들을 찾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들 부부는 이마저도 모자라 '아이가 다치거나 사망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써준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과정에서 A 씨 부부는 아이를 필리핀에 버리기 전에도 국내 어린이집과 사찰 등에 맡기며 1년 넘게 방치하기도 했고, 네팔로 데리고 가 한 차례 유기한 사실도 드러났다. 버려졌던 아이는 현지인의 도움으로 만 6세도 되지 않은 나이에 혼자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필리핀에서 부모와 연락이 끊긴 채 3년 6개월이 넘게 버려져 있던 아이는 보육원이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에 이 같은 사실을 신고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부 부장판사는 "현지에서 발견됐을 당시 아이는 '아버지는 나를 또 숨길 것이다. 엄마는 나를 때릴 것이다'라며 가족과 귀국하기를 거부했고 현재 정신병원에서 치료 중이지만 정서 발달 상태가 6~7세 수준에 그치고 있어 부모가 정상적인 보호와 부양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A 씨가 '양육비를 보내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하게 했고 선교사 위탁일 뿐 유기가 아니다'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권상국 ksk@busan.com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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