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지현 씨 마지막 남긴 글은 “세상아, 너 정말 아름답구나”
9일 스페인에서 불의의 사고로 숨진 고 이지현 씨의 빈소가 차려진 부산 시민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빈소가 하얀색 국화꽃 대신 고인이 평소 좋아했던 형형색색의 꽃들로 꾸며져 고인의 마지막 길을 추모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세상아, 너 정말 아름답구나.”
스페인 마드리드 시내 한복판에서 숨진 이지현 씨(부산일보 지난달 26일 자 2면 등 보도)가 숨지기 2주일 전 자신의 SNS에 남긴 글이다.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던 꿈 많은 32세 청춘은 결국 차가운 시신으로 가족과 지인을 맞이했다. 빈소를 방문한 시민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꿈 많았던 청춘’의 장례식장
국화 대신 형형색색 꽃 장식
문상 온 시민들 정부 대책 촉구
오거돈 시장 “지원 방안 찾겠다”
9일 오전 11시께 부산 부산진구 시민장례식장 MVG실. 빈소 입구에는 지현 씨의 어린 시절 사진, 어릴 때 그렸던 그림 등이 전시돼 있었다. 빈소에 들어서자 한쪽 벽면에 이 씨의 가족사진이 담긴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지현아, 엄마 아빠 딸로 와줘서 고마웠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빈소 안에는 지현 씨가 평소 좋아했던 BTS 노래 ‘전하지 못한 진심’이 흘러나왔다.
지현 씨 아버지 이성우 씨와 어머니 한경숙 씨는 수척한 얼굴로 조문객을 맞이했다. 이 씨는 조문객이 오면 두 손을 맞잡고 통곡하기도 했다. 지현 씨는 하얀 국화 대신 형형색색의 꽃들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조문객도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꽃을 올리며 그녀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이 씨는 “이제 이 세상이 의미가 없다고 느껴진다. 침통하다”라며 “스스로 강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다. 아내를 위로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아내가 나를 위로해주고 있는 현실도 힘들다”고 말했다.
고 이지현 씨의 어린 시절 사진. 김성현 기자
빈소를 찾은 시민들은 정부의 미흡한 대처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문민정(38) 씨는 “처음에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놀랐고, 이후의 상황들은 더 참담했다”면서 “아이 키우는 부모로서 국가가 국민을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비극을 아무 곳에도 호소할 수 없다면 잘못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강진희(47) 씨는 “이번 비극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에서 변을 당하면 ‘사람대접’도 못 받는다는 것을 알았다. 미국인이나 일본인이었다며 과연 스페인이 이렇게 했을까에 대해 의문”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날 오후 1시 유가족은 지현 씨를 마지막으로 보는 ‘이별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가족들은 고인을 어루만지며 통곡했고, 일부는 싸늘하게 식은 고인을 차마 쳐다보지 못하기도 했다. 이종사촌 김가림 씨는 “언니랑 여행을 두 번 가봤는데 외국어도 능통해서 너무 든든했다”라며 “이런 일이 일어난 게 아직 믿기지 않는다. 꼭 다시 돌아올 것만 같다”라고 말했다.
9일 스페인에서 불의의 사고로 숨진 고 이지현 씨의 빈소가 차려진 부산 시민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이 이 씨의 추모 영상을 보고 있다. 김성현 기자
이날 저녁 8시 ‘지현 양 추모 및 가족 위로의 밤’ 행사에는 시민 300여 명이 찾았다. 빈소는 꽉 찼고 바닥에까지 시민들이 앉을 정도였다. 추모 묵념에 이어 지현 씨 추모 영상이 나오자 숨죽여 지켜보던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졌다. 어머니 한 씨는 엎드려 오열하기도 했다. 이어 지현 씨의 혼을 불러들이는 초혼 굿, 추모 시 등이 진행됐다. 지현 씨의 친구가 추모 편지를 읽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마지막에는 유가족이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한 씨는 “마음을 내어주시고 함께 도와주신 모든 분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 마음들 가슴에 담아 잊지 않고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SNS에 이번 사건에 대해 공감을 드러냈던 오거돈 부산시장도 이날 빈소를 찾았다. 오 시장은 “머나먼 이국땅에서 홀로 마지막을 맞이한 딸의 소식에 비통하기 그지없는 유족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시에서도 다각도로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한편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3일 “불의의 사고에 대하여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라며 “신속하고 철저한 사고원인 조사 등 유가족의 요구사항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