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풍에 날아간 윤석열 수족… 권력 수사 용두사미 되나
윤석열 검찰총장이 32명에 대한 검사장급 신규 보임·전보인사 발표 다음 날인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지 닷새 만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을 모두 물갈이했다. ‘표적 수사’라는 비난 속에서도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진행했던 대검찰청 지휘라인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그야말로 ‘추’풍낙엽이라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8일 고위급 인사안 발표를 앞두고 윤 총장의 의견을 수렴하느냐, 마느냐로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였다. 그러나 이날 오후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제쳐 두고 청와대로 직행하면서 인사 전쟁은 사실상 법무부의 완승으로 끝났다.
일선 검사들은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봉쇄하기 위해 청와대가 각본을 썼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추 장관은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윤 총장에게 1시간 이상 전화로 ‘의견을 내라’고 했는데 ‘제3의 장소로 인사의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오라’는 과한 요구를 했다. 윤 총장이 내 명을 어긴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전격 단행된 검찰 고위급 인사
윤 총장 측근 참모진 전원 교체
‘친문 인사’ 핵심 요직 전진 배치
대검 침묵 속 집단행동 없을 듯
“청와대 각본” 내부 반발 확산
‘조국 수사’ 등 동력 상실 우려
■당혹스럽지만 말 아끼는 대검
일단 법무부는 이번 고위급 인사에 대해 “특정 부서 중심의 기존 인사에서 벗어나 그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던 일선의 우수 검사들을 적극 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서 요직에 발탁된 인물은 모두 청와대와 깊은 인연을 자랑하는 ‘친문’ 인사다.
‘검찰의 꽃’이라 불리는 서울중앙지검 수장이 된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동문인 경희대 출신 첫 검사장이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다.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 역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의혹’ 수사를 총괄했지만 검찰 인사 등을 다루는 검찰국장으로 임명됐다. 그 역시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다.
새로 대검 반부패부장이 된 심재철 남부지검 1차장검사는 박상기 장관 시절 법무부 대변인과 추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 언론홍보팀장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법무부의 이 같은 설명에도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이번 인사가 ‘수사 동력을 떨어뜨리기 위한 무리한 인사’라는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전격 인사 다음 날인 9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는 박철완 부산고검 창원지부 검사가 “어제 발표된 인사는 그 과정과 내용 모두 낯설다. 검사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 또는 집단에 대해 수사를 하다가 이번처럼 뚜렷한 뜻이 담긴 인사가 이뤄졌을 때 검사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이번 인사를 청와대의 보복으로 받아들이는 검찰 내부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6개월 만에 참모진이 전원 교체된 대검찰청은 말을 아끼고 있다. 무더기 사표 등 집단행동은 오히려 ‘검찰이 조직 개혁에 저항한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윤 총장은 인사가 난 이날 저녁 참모진과의 식사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했다’ ‘맡은 자리에서 각자 열심히 해 달라’는 취지의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 스스로도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좌천의 아픔을 겪고 금의환향한 바 있는 만큼 인사 참사는 났지만 참모진의 대거 이탈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살아 있는 권력 수사, 어디로
현재로서는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던 윤 총장이 수족을 모두 잃은 상태다.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이 법무연수원장,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이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전보됐다. 박찬호 공공수사부장도 제주지검장으로 전보 조치됐다. 거칠게 몰아붙이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감찰 무마 의혹,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등 굵직굵직한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일단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은 지금도 감찰 책임자인 조 전 장관이 ‘권한 내 정무적 판단’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 역시 청와대가 ‘검찰의 무리한 엮어 넣기’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사건 모두 유 전 부시장이나 송병기 울산 부시장의 개인 비위 정도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공교롭게도 검찰이 법무부 인사 후폭풍에 시달리던 8일 조 전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법원에 보석을 청구했다. 그는 자녀를 위해 표창장 등을 위조한 혐의를 받로 2개월간의 수감생활을 해 왔다. 정 교수의 변호인단은 “증거가 나올 만큼 나왔으니 방어권 보호 차원에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 달라”며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보석허가 청구서를 냈다.
이와 더불어 정 교수의 재판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은 다음 날인 9일 정 교수의 공판준비기일을 비공개로 전환해 검찰과 갈등을 빚었다. 공판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건 2차 피해 우려가 있는 성폭력 사건 등이어서 이번 비공개 공판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다. 검찰도 이날 법정에서 “재판장이 설명한 사유가 비공개로 전환할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며 이의신청을 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곧바로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