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과학영재학교 비공개 기출 시험지 학원 유출 파문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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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산진구 당감동 한국과학영재학교. 부산일보DB 부산 부산진구 당감동 한국과학영재학교. 부산일보DB

국내 유일 국립 과학영재학교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이하 한과영)에서 기출 시험지가 비공개 기간에 유출돼 학교 측이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특히 유출본에는 외부 공개가 금지된 ‘교사용 모범 답안’까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16일 부산교육청과 한과영 등에 따르면, 한과영의 2018년 1학기 일부 과목 기출 시험지와 모범 답안이 외부에 유출됐다. 학교 측은 지난해 초부터 부산의 한 입시학원에서 해당 자료를 가지고 있었다는 제보를 받은 후 지난 14일부터 내부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재학생들에게도 공개 않는

채점 참고용 모범답안도 유출

“형평성 문제 야기” 반발 확산

학교 측 유출 경로 조사 착수


한과영은 기출 문제를 1년 동안 비공개한다.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이듬해에도 출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로 알려졌다. 한과영은 이후 1년이 지나면 교내 도서관에 비치해 재학생들이 볼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4월에 학생들이 치른 시험 문제는 올 4월에 공개하는 식이다.

따라서 2018년 1학기 기말고사 기출 시험지는 지난해 6월에 공개됐다. 하지만 한 입시학원에서 공개 전인 지난해 1월부터 이미 자료를 가지고 있었던 정황이 드러났다. 일부 학부모가 공개 전 입시학원에서 이미 해당 자료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학부모는 "당시 아이가 학원에서 작년도 기출문제를 봤다고 해 깜짝 놀라 강사에게 연락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 한과영 자체 조사 결과, 입시학원 등으로 유출된 자료가 교사들이 참고용으로 작성한 내부 모범 답안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한과영 시험 문제는 서술형으로 이뤄진 탓에 교사용 모범 답안은 중요한 채점 기준이다.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매우 귀중한 정보인 것이다. 이 때문에 모범 답안은 재학생에게도 기한과 상관없이 제공되지 않는다. 이 답안은 철저히 교사들이 채점하는 내부 참고용으로만 사용된다.

한 한과영 재학생 학부모는 “내부에서 작성된 모범 답안을 보고 공부한 학생이 있다면 다른 학생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문제가 된 자료를 가지고 있던 학원은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원 관계자는 “원래 학원가에는 공공연히 학교 기출 문제가 돌아다닌다”면서 “정확히 학생에게 무슨 자료를 제공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습득 경위도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학교 측은 자체 조사에 착수해 우선 자세한 유출 경위부터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과영 관계자는 “어떤 경위로 누구에 의해 내부 자료가 유출된 건지 자체 조사 중이다.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 부산진구 당감동에 위치한 KAIST 부설 한과영은 국내 유일의 국립 과학영재학교다. 국내 영재학교 중 유일하게 교육부가 아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소속돼 있다. 일반 고등학교와 달리 교육과정과 학제가 대학교와 비슷하게 학점제로 운영된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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