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철의 어바웃 시티] 부동산 ‘광기’의 시대, 도시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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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

부동산, 아니 ‘부동산 투기’가 다시 화제다. 작년 12월 16일(12·16 조치) 현 정부의 무려 18번째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부동산 투기는 막스 베버가 말한 ‘천민자본주의’의 고질병처럼, 유령처럼 도시 곳곳을 배회하다 불쑥 그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해 말 또다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도 시작은 어김없이 서울 강남이다. 그 지역의 30~40평대 아파트 가격이 20억 원을 넘어 30억 원에 이르고 있다. 이번엔 부산도 등장한다. 해운대 지역 고가 아파트 분양권에 수억 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수십억 원에 달하는 고가 아파트 광풍

청년들에겐 사회적 정의 의심하게 해


공공성에 대한 기여 없는 불로소득

개발이익 환수 등 통제정책 필요


부동산 가격 급등 저지 못하는 사회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 장담 못해


지난해 11월 6일 정부가 해운대구·수영구·동래구를 부동산 청약 조정대상 지역에서 해제한 이후 기다렸다는 듯 급등이 일어났다. 이에 정부는 거의 한 달 만에 ‘12·16 조치’라는 부동산 대출 규제 정책을 내놓았다.

이 소동을 지켜보며 누군가는 조용히 미소짓겠지만 대다수 시민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사회 초년생 청년들은 “우리는 평생 일하고도 집 한 채 살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며 사회적 정의를 의심하고 있다. 그들의 좌절감은 우리 사회, 특히 우리 도시의 지향점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10여 년 전 대학에서 도시계획을 강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학생 면담 중 상당수 학생이 도시계획기사나 기술사보다 공인중개사를 공부하겠다고 했다. 그들은 도시계획 전문가가 다루는 공공성의 가치보다 사적 영역을 통한 현실적 이익에 솔깃해 있었다. 이러한 흐름은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 청약가점, 조정 지역 등 부동산 전문용어가 일반상식이 돼 있다. 초등생들 꿈이 건물주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시대상으로 회자되고, 부동산 투자에 서툴 경우 부모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자책하게끔 한다.

심지어 언론조차도 이런 ‘광기’를 부추긴다. TV에서는 특정 연예인의 부동산 투자를 우리 사회의 성공 사례로 부각시키고 있으며 유수 언론 매체도 경제의 견인차로 부동산 개발을 지지하고 있다. 얼마 전 ‘지속가능한 도시계획’을 주제로 한 공무원 대상 강연 후 받은 유일한 질문은 “어느 지역에 부동산 투자를 할까요?”였다.

우리는 가히 ‘부동산 공화국’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투자 대비 너무 많은 불로소득을 안겨 주는 ‘부동산 불패’의 신화 속에서 만들어졌다. 정부가 경기후퇴를 동반할 부동산 가격 하락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국민 마음속에 있다.

그러나 문제는 투자 대비 공정한 수익이 아니라 공공성에 대한 정당한 기여 없이 너무 많은 불로소득을 몇몇 소수가 챙긴다는 것이다. 사실 어떤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오른다는 것은 교통, 교육, 문화 등 국민 세금으로 이루어진 공공시설의 집중 투자로 이루어진 결과이다. 이로부터 발생하는 개발 이익은 공공으로 적절히 환수되어야 한다. 환수된 이익은 다시 낙후된 지역이나 공공 분야로 재투자되어야 지속가능한 사회가 이뤄진다.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도시 내 불평등은 가속될 수밖에 없으며 도시의 존립 기반도 흔들린다.

근대 도시역사 속에 부동산으로 인한 불평등 시대는 초기부터 존재했다. 19세기 산업혁명 시절, 많은 공장이 세워진 런던에는 농촌에 있던 젊은 노동 인력이 몰렸다, 당시 도시로 몰려든 노동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주거였다. 도시의 주택소유자들은 이들에게 소득대비 높은 임대료를 부과했다. 힘들게 일하며 벌어들인 소득이 건물주 주머니로 들어가는 불공평한 사회였다. 이 시기 사회적 정의가 극단적으로 의심되고 자본주의 체제의 정당성이 급속히 무너져 사회적 불안이 가중되었다. 이를 개혁하고자 임대료를 통제하는 정책이 시작되어 지금도 그러한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약한 수단으로 소수 독점계층의 부동산 투기를 막기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토지와 주택시장에 대한 사회적 통제 정책이라는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시작됐다. 개발이익 환수 제도 등 토지공개념 제도나 토지거래 허가제 같은 강력한 정책이 그것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시간당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저소득 청년노동자들의 열망은 저지당했다. 저지의 논리는 최저 시급 인상이 경제를 어렵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부동산 투기로 기성세대가 소유한 부동산 가격의 급등은 결단코 정의롭지 못하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젊은 청년들이 주거 문제를 고민하는 도시에 지속가능한 미래는 없다. 특히 산업이 빠져나가고 일자리도 부족한 지방도시에는 더욱 희망이 없다. 도시의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근본 대책을 촉구한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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