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메르스보다 전염력 강하지만 조기 발견하면 치료 가능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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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 비상] 어떤 질병인가

부산의 한 병원 입구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선제 대응조치로 모든 방문객을 대상으로 발열 체크와 손 소독을 하고 있다. 부산센텀병원 제공 부산의 한 병원 입구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선제 대응조치로 모든 방문객을 대상으로 발열 체크와 손 소독을 하고 있다. 부산센텀병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은 2002년 중국에서 발병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여러모로 닮았다. 박쥐가 감염 매개체라는 점도 같지만, 초기 대응 과정을 보면 더욱 더 그렇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는 사스와 유전자 염기서열 일치율이 89.1%에 달한다. 메르스는 50% 상동성(생물종 간 유전자나 단백질의 유사한 성질)을 보인다.


2002년 중국 사스와 가장 유사

中 정부 초기 대응 부실도 비슷

치명률은 메르스보다 훨씬 낮아


치료 백신 아직 없어 대증치료만

시스템 갖춰져 지나친 불안 금물

의심 증상 땐 ‘1339’로 전화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가오푸 주임은 신종 코로나가 사스와 높은 유사성을 보인다는 연구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과일박쥐를 숙주로 삼는 ‘HKU9-1’ 바이러스가 사스와 신종 코로나의 조상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사스 대유행 때처럼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사스가 처음 발병한 후 37개국에서 8000명을 감염시키고 774명의 사망자를 냈던 가장 큰 이유는 중국 당국의 철저한 통제 때문이었다. 사스가 2002년 11월 16일 광둥성에서 처음 발병했지만, 이것이 외부에 알려진 것은 5개월 후인 4월 10일이었다.

이번 신종 코로나도 지난달 12일 첫 환자가 발생한 후 같은 달 31일까지 별다른 조처가 없었다. 그러다가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을 폐쇄한 것은 2주일이 넘은 지난 1일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당국이 정확한 정보를 더 많이 제출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사스 때보다는 덜하지만 정보를 은폐하고 축소하려고 했다는 비난을 중국 정부가 피하긴 힘들어 보인다.

신종 코로나와 사스, 메르스는 치명률(치사율)과 전염력에서 큰 차이를 드러낸다. 2012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초로 감염자가 보고된 메르스의 치명률은 30~40%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2015년 첫 확진환자가 발생했고, 186명의 확진환자 중 38명이 숨져 20.4%의 치명률을 보였다.

반면 사스의 치명률은 9.6%로 메르스보다 훨씬 낮다. 신종 코로나의 치명률은 중국에서 2.8%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조만간 3%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전염력은 신종 코로나, 사스, 메르스 순으로 추정된다.

사스는 전 세계 37개국으로 퍼져나갔고, 확진환자가 8000여 명 발생했다. 신종 코로나는 확진환자가 28일 오전 9시 현재 4572명이며, 확산 속도에 따라 그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메르스는 국내에서 확진환자 186명이 발생했지만, 대부분 병원 내 감염으로 지역사회 전파는 거의 없었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의 펑즈젠 부주임은 신종 코로나가 사스보다 증가 속도가 빠르다고 중국중앙방송(CC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는 평균적으로 환자 1명이 2~3명을 전염시킬 수 있다. 신종 코로나의 ‘배증 시간’(바이러스가 2배로 늘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사스보다 짧다”고 밝혔다. 배증 시간이 사스는 9일 안팎이지만, 신종 코로나는 대략 6~7일이라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의 전파 속도가 사스보다 빠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한 차례 홍역을 치렀고, 그 과정에서 방역 시스템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동아대병원 감염내과 정동식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 종합적으로 볼 때 신종 코로나가 사스보다 더 위력이 강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도시환경과 국민의 위생 수준이 중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앞서고 대응 시스템도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과도한 불안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신종 코로나는 침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마스크를 꼭 쓰라고 당부했다. 또 바이러스가 24시간 생존하기 때문에 접촉으로 전파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알고 손 씻기를 생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로선 마땅한 치료 백신이 없다. 신종 코로나가 폐렴을 일으키지만, 일찍 발견하면 대증치료로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증세가 심하면 면역 글로불린이나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투여할 수도 있다.

신종 코로나 감염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콜센터(1339)로 바로 전화를 하고 연결이 안 되면 근처 보건소로 전화를 해서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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