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품·서비스 융합 시대 맞이하는 대학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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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미경 동서대 SW중심대학 총괄책임자

필자는 올해 초 세계 최대 가전·IT쇼인 ‘CES 2020’을 다녀왔다. CES는 전 세계 161개국 4500개사, 18만 명이 찾는 대규모 행사로 미래 자동차, 인공지능(AI), 5G 실생활 적용 등 기술을 총망라하는 테크 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필자는 올해로 5번째 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데, 올해는 지금까지의 CES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있었다.

그 이유는 TV와 세탁기, 냉장고, 게임기를 만들던 회사가 자동차를 들고나왔으며, 완성체 자동차 회사는 차량과 집, 도시를 연결하는 ‘스마트 시티’ 기술을 앞세워 선보였다. 한 가지 업종에만 몰두하던 기업 간 경계는 희미해졌으며, 모든 산업 간에는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특히 인공지능의 경우, 지금까지는 그 기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시험하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인공지능을 우리 삶에 얼마나 잘 적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계에 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그동안 기기 제어나 음악 감상 등 한정적인 용도로 사용되던 AI는 올해를 기점으로 더 다양한 기기에 탑재되며 일상생활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산업 간의 구분이 흐려지고 인공지능 기술이 생활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 대학의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기존의 지식영역에 따라 나뉘었던 전공 및 학과 틀 안에서 4차산업 시대에 맞는 인재를 과연 양성해 낼 수 있을 것인가? 자문해보게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진행하고 있는 ‘SW중심대학’사업에서는 4차 산업을 선도하는 SW전문·융합인재 양성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필자의 대학에서도 SW중심대학 사업을 통해 경찰행정학과와 정보보안학과를 연계하여 사이버경찰보안 융합전공을, 인공지능과 영상애니메이션학과, 게임학과를 연계하여 AI콘텐츠 융합전공을 신설한다.

사이버경찰보안 융합전공은 사이버 범죄 수법이 증가하고 고도화되고 있음에 따라 해당 분야 인력에 대한 수요 증가에 맞추어, 사이버(보안) 수사요원 선발 시 요구되는 정보보호론, 시스템네트워크보안, 데이터베이스론 등의 소프트웨어 과목들을 교육할 계획이다.

AI콘텐츠 융합전공은 콘텐츠 제공과 소비의 유형이 바뀌고 인공지능 기술을 포함한 콘텐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대비하여 신기술과 콘텐츠가 접목된 실험을 할 수 있는 교과목을 편성하여 교육한다.

그뿐만 아니라 AI디자인공학, AI헬스케어, 가상공간설계, 스마트퍼포먼스 융합전공이 신설 준비 중이다. 이러한 SW연계전공들은 단지 개설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진입하고 교수들이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다양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융합전공에 진입하는 학생들은 본 전공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비교해 성적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하며, 본 전공 수업과 시간이 겹치지 않도록 융합전공 수업만의 정해진 시간표가 제공되어야 하고, 융합교과목 수업을 공동으로 하는 교수들에게는 수업 시수를 각각 인정해 줄 방법을 도입하여 융합전공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학에서 교과과정과 교육체계를 바꾸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동안 많은 대학에서 설치한 융합학과들이 정체성이 모호하고 전공과목 체계가 잡혀있지 않은, 무늬만 융합교육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SW중심대학 사업을 통해 융합교육을 위한 체계를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AI 알고리즘을 접목한 교육과정을 전교생 대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산업 확대에 대비한 진정한 AI·SW 융합인재를 양성할 수 있게 되어 그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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