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학이 살아야 부산도 산다!
한성호 동아대 입학관리처장
정말 심각한 인구절벽 시대의 위기가 지난해 말 부산지역 대학 정시 경쟁률로 나타났다. 부산지역 4년제 대학 정시경쟁률은 미달을 피하는 마지노선인 평균 3.0대 1을 조금 넘은 3.48대 1이다. 부산지역 전문대학 경우엔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이런 위기의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학령기 인구 감소다. 이 때문에 일부 지역대학 충원율(입학정원이 채워지는 정도)이 낮은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다. 문제는 수도권 소재 대학은 충원율 감소 영향을 거의 받지 않으며 지역대학 충원율이 급속도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수도권 대학은 수도권 지역 학령 인구와 ‘인(in) 서울’을 목표로 하는 지역 입학 자원으로 여전히 높은 충원율을 유지할 수 있지만 지역대학은 더 큰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특히 교육부는 최근 공정성 강화 차원에서 서울 주요 대학 정시 40% 확대와 같은 사회통합전형 도입 관련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사회통합전형은 기존 기회균형선발(농어촌 학생, 특성화고교 출신자, 기초생활보장수급자, 한부모가정, 특성화고 등을 졸업한 재직자)과 지역균형선발(대표적으로 서울대에서 한 고교당 학교장 추천으로 2명씩만 지원할 수 있게 한 전형)을 통합한 개념이다. 정시 확대에 따라 수도권 지역 학생들이 유리해지자 지역 학생들을 위하는 묘안(?)처럼 급하게 내놓은 방법이다.
이 전형은 모집 인원이 서울 주요 대학 위주로 확대될 경우 지역 고교생들에게 입학 기회가 많아진다는 점으로 여기게 해 단기적으론 지역 고교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 환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사회통합전형이란 이름으로 지역 학생들의 서울지역 대학 진학이 늘어난다면 지역의 경쟁력 있는 대학은 우수한 인재들의 지역 이탈 현상 가속으로 우수 학생 유치에 더욱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 전형을 지역 대학이 반대한다면 이른바 밥그릇 싸움, 이기주의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달라진다. 만약 지역에서 더 많은 학생이 서울지역 대학에 진학한다고 할 때, 경쟁에서 밀리게 될 서울 등 수도권 지역 고교생들이 과연 영남과 호남지역 대학으로 내려올까? 그렇지 않을 것이고 이 학생들은 서울과 비교적 가까운 지역인 경기 북부, 강원도, 충청 북부 등 지역 대학들로 몰릴 것이다.
결론적으로 사회통합전형 때문에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우수 학생 유출을 먼저 경험할 대학은 서울 등 수도권과 지리적으로 먼 영남, 호남 지역 대학이 될 것은 자명하다. 사회통합을 위해 취약계층 등에게 우수 대학 진학 기회를 준다는 사회통합전형 확대 취지는 좋지만 우수한 대학이 꼭 서울에만 있다고 생각하는 수도권 중심적 사고가 교육계에서조차 비판 없이 수용돼선 안 된다.
최선은 부산지역에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지역 대학생들에게 취업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며 이미 제정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을 강화해야 한다. 사회통합전형으로 모집인원 확대가 꼭 필요하다면 지역거점 국립대와 우수 지역사립대를 중심으로 이를 확대해 지역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지역 대학은 그 지역의 인적 자원을 공급하고 연구개발 기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지역 경제 활성화 및 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지역 대학은 그동안 특성화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역의 기업과 함께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러나 지금의 이런 위기가 온전히 이들만의 문제일까? 유수한 지역 대학들이 무너지면 지역의 기업도, 경제도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지역의 모든 대학들이 지금 신음하고 있다. 심폐소생술 시기를 놓치면 부산도 사망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