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 교정, 돋보기 사용하다 백내장 오면 수술을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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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 교정 수술을 과도하게 유도하는 분위기가 사라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신세계안과의원 제공 노안 교정 수술을 과도하게 유도하는 분위기가 사라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신세계안과의원 제공

요즘 안과가 노안 교정 문제로 시끄럽다. 수술비가 한쪽 눈에 400만 원 안팎의 고가라 환자 유치경쟁이 뜨거운 데다 과잉진료 논란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백내장이 없는데도 노안 교정을 한답시고 백내장 수술을 하는 경우가 없지 않아 실손 보험회사들이 촉각을 세우고 예의주시 중이다.


백내장 없이 노안만 왔을 땐

라식 등 레이저 이용해 교정


노안·백내장 함께 발생했을 땐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 수술


■노안 교정은 있지만 수술은 없다?

노안이 오면 가까운 것이 잘 안 보인다.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가 딱딱해지고 탄력이 떨어져 근거리 작업이 장해를 받게 된다.

노안을 교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흔한 방법이 돋보기를 착용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약한 도수에서 시작해 노안의 진행에 따라 단계적으로 도수를 올려서 조절한다. 각막실질의 중간에 적절한 굴절력의 렌즈를 끼워서 교정할 수도 있다.

백내장이 없이 노안만 발생한 환자는 노안 라식과 같은 레이저를 이용한 노안 교정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검은자위인 각막을 수술해 노안을 교정하는 것이다. 물론 나중에 백내장이 생기면 다시 백내장 수술을 해야 하는 불편은 따른다.

반면에 노안과 백내장이 함께 발생한 환자는 수정체를 제거하고 노안과 백내장을 동시에 교정할 수 있는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한다. 노안과 백내장을 동시에 치료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때 종전에는 단초점 렌즈(인공수정체)를 넣었지만, 지금은 다초점 렌즈를 넣는 것이 대세다.

다초점 렌즈의 기술 수준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2~3년 전에 비해 환자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 향후 몇 년 내에 단초점 렌즈는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초점 렌즈가 다초점 렌즈보다 우수한 것은 수술 다음 날부터 원거리가 잘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 물체의 형상이 뚜렷하다.

다초점 렌즈는 수술 후 적응하기까지 원거리 형상이 또렷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것이 가장 많은 불만이다. 안경 없이도 원거리가 잘 보이던 사람이 다초점 렌즈를 넣으면 수술 후에 원거리 형상이 뚜렷하지 못하다고 불평하는 경우가 생긴다. 보통은 2~3개월 적응 기간이 지나면 원거리도 개선되지만, 환자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인다.

환자의 나이, 직업에 따른 근거리 사용 빈도, 환자가 가진 근시 원시 난시의 정도에 따라서 단초점을 선택할 것인지, 다초점을 선택할 것인지를 잘 고려해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노안 수술이라는 말은 교과서에 없는 말이다. 안과 학계로부터도 인정받은 바가 없다. 당연히 건강보험공단의 질병코드에 따른 수술명도 아니다.

그럼에도 노안 수술이라 말하는 것은 백내장 수술을 하면서 다초점 렌즈를 넣어 근거리도 잘 보이다 보니 ‘노안 백내장 수술’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에 불과하다. 수술비가 고가인 까닭에 노안 수술이 남용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신세계안과 허준 원장은 “노안은 보험 혜택이 없지만, 백내장이 있는 환자는 실비보험이 적용된다. 그러다 보니 노안 환자가 오면 백내장이 없는 경우에도 백내장 증상이 있는 것처럼 허위진단을 내려 수술을 유도하기도 한다. 환자를 알선하는 브로커가 개입해 의료시장을 문란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리한 과잉수술 자제해야

50대 초반의 회사원 K 씨는 10여 년 전에 라식수술을 받고 나서 시력이 좋아졌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노안이 왔다. 그는 노안 교정을 받고 싶어 안과를 찾았다. 50대에 들어서면서 백내장이 조금 진행됐지만, 아직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백내장 수술을 하면서 노안 교정을 동시에 받을까 고민하고 있다. K 씨가 노안을 교정하기 위해 이른 백내장 수술을 하는 것이 옳은 걸까?

허준 원장은 “백내장이 없는 눈의 수정체는 나이가 조금 들어도 고유의 자동굴절력을 가지고 있는데 단지 시력교정만을 위해 수정체를 제거할 경우 자동굴절력을 잃게 되고 결국 얻는 바도 크겠지만 잃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굳이 상태가 나쁘지 않은 본래의 수정체를 인공 수정체로 바꾸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견해다. 백내장 수술은 정말 수술이 불가피한 경우에만 하자는 것이다.

허준 원장은 “노안 교정만을 위한다면 이 수술은 신중히 고려해야 좋다는 것이다. 수술을 받기보다는 돋보기를 사용하면서 지내다가 백내장이 진행돼 수술의 필요성이 확인되면 그때 다초점 렌즈를 넣는 수술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더 큰 문제는 백내장이 없는 환자인데도 노안을 교정하려고 백내장 수술을 강행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는 점이다. 과잉광고에 따른 과잉진료의 폐해다. 노안 교정을 위해 백내장이 없는 눈에 백내장 수술을 하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임플란트가 좋다지만, 생니를 빼고 임플란트를 할 필요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근래 들어선 백내장 레이저에 대한 홍보도 과열되고 있다. 그동안 백내장 수술을 하면서 30년 이상 초음파를 아무런 문제 없이 사용해 왔는데 신기술인 것처럼 과도하게 선전되고 있는 경향이 없지 않다.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빛의 회절방식을 이용한 렌즈이므로 끼우는 시술이 꽤 까다롭다. 렌즈의 중심위치와 기울기, 후방백내장의 예방처리 등이 중요할 뿐 아니라 집도 의사의 교정능력에 따라 시력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난시는 정교한 교정기술이 없으면 잔여 난시 발생으로 수술 후에도 안경을 써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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