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닮은 황교안? ‘광주 민주화 운동’을 ‘무슨 사태’로
4·15 총선 서울 종로에 출마를 선언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독도서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유세 현장에서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무슨 사태’라고 표현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특히 과거 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에서도 대선 경선 중이던 이명박 당시 후보가 민주화 운동을 ‘사태’로 표현하는 등 논란이 일어난 바 있어 보수 정당에 대한 역사 인식 비판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 대표는 전날(9일) 자신의 모교인 성균관대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인근 상가 주인과 대화하던 중 “여기 처음 와본 분도 있죠? 내가 여기서 학교를 다녔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1980년. 그때 하여튼 무슨 사태가 있었죠, 1980년. 그래서 학교가 휴교되고 이랬던 기억이…”라고 말을 이었다. 황 대표의 해당 발언은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비상계엄으로 전국 대학가에 휴교령이 내려진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 당시 이명박 대선 경선 후보가 2007년 8월 6일 오후 마산시 오동동 문화의거리 재단장 축하 기념 식에 참석해 주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부산일보DB
이처럼 보수 정당 ‘대표급 주자’의 민주화 운동에 대한 역사 인식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2007년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경선 후보는 그해 8월 5일 광주 지역 기자들과 가진 공약발표 간담회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설명하며 ‘광주 사태’, ‘5·18 사태’로 표현해 범여권과 시민단체로부터 “역사인식 부재를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비판받기도 했다. 이 후보는 다음날인 6일 창원 합동연설회를 마친 뒤 마산 오동동 거리에서 열린 '3·15의거 국가기념일 제정 기원제'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도 “부마사태를 일으킨 사람들이 누구냐”, “부마사태로 어떤 정권이 무너졌느냐”며 ‘부마항쟁’을 ‘부마사태’로 표현해 파장이 일었다.
여야 정당들은 황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일제히 논평을 내고 그의 ‘역사 인식’을 지적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경 부대변인은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하겠다는 제1야당 대표이자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야심 찬 꿈을 꾸는 사람의 역사 의식에 경악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대안신당 김정현 대변인도 “아직도 황 대표의 역사 인식이 신군부가 규정한 ‘광주사태’에 머물러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황 대표는 즉각 5월 영령 및 광주시민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김동균 부대변인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 자체를 알지 못하는 황 대표와 같은 이가 제도권 정치에 진입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종로 주민들께서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자 “아니, 80년도에 내가 4학년 땐가 그때의 시점을 생각한 것”이라며 “광주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말”이라고 해명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