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죽음 부르는 대학생 승선 실습,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해외로 승선 실습을 떠난 한국해양대 학생이 열사병으로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실습선을 타고 출항해 실습 기관사 일을 시작한 지 불과 5일 만이라고 한다. 대체 그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청년의 죽음은 지난 2017년 목포해양대생이 해외 실습 중에 열사병으로 숨진 사고와 판박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더 슬프게 만든다. 당시 목포해양대생은 열악한 환경에서 선원 실습 중 12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선장은 과실치사로 구속됐지만, 그걸로 모든 게 끝이었다.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조사해 봐야 알 것이다. 현재로선 승선 실습의 일반적인 상황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선박 기관실은 실내온도가 섭씨 60도까지 오르고 소음까지 매우 심하다. 실습생은 참관만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월 30만 원 정도의 실습비만 받으며 실제 노동은 물론이고 갖은 심부름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해외 승선 실습 도중에는 그만두고 돌아갈 수도 없는 딱한 처지다.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반강제적으로 일하다 발생한 사고가 아니었는지 철저히 밝혀낼 필요가 있다.
실습생 신분의 어린 학생이 열사병 증상을 보인 지 10시간 넘게 방치하고 나서야 속도가 느린 소형 보트로 병원까지 이송했다니 누가 봐도 대처가 잘못되었다. 크루즈 선박이나 되어야 의료진이 탑승하지 환자가 발생해도 대개 선원들끼리 알아서 처리하는 수준이라니 유사한 사고 재발 위험도 상존한다.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대학생 현장실습 제도개선 방안’이 내년부터 운영된다지만 육지의 이야기일 뿐이다.
해양대 해사대학 소속 학생은 졸업을 위해 일 년 동안 실습생 신분으로 배를 타야 한다. 해양대와 해양수산부는 이 피해 갈 수 없는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을 학생들이 알아서 하라고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같은 비극이 반복될 수 있다. 죽음을 부르는 대학생 승선 실습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육지든 바다든 어디서나 안전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안전을 보장하는 확실한 대학생 승선 실습 대책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