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신애 “영화 꿈꾸는 모든 분께 희망 됐으면”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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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제작 곽신애 대표 인터뷰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를 휩쓴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를 휩쓴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고향 부산은 제게 언제나 힘이 되는 곳이에요. 덕분에 아카데미에서 ‘기생충’ 트로피를 들고 올 수 있었어요. 모두 감사합니다.”

영화 ‘기생충’을 들고 전 세계를 누볐던 곽신애(52) 바른손 E&A 대표가 금의환향했다. 부산 출신인 곽 대표는 아시아 여성 제작자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거머쥐며 세계 영화사에 새로운 한 획을 그은 주인공이 됐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곽 대표는 “40일 동안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시차 적응에 한창이다”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한국영화 힘 세계에 알려 의미

“작품상 기대했지만 확신 못 해

고향 부산은 언제나 힘 되는 곳”


■부산 출신 곽신애 대표 ‘금의환향’

부산 동아대 국문과를 졸업한 곽 대표는 학부 졸업 후 영화 잡지 키노에 수습기자로 들어가며 영화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여러 영화의 마케팅과 프로듀싱, 제작을 맡아 내공을 쌓았다. ‘해피엔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모던보이’ ‘가려진 시간’ 등이 곽 대표가 참여한 작품이다. 20여 년간 한순간도 영화판을 떠나지 않았던 그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을 차지하며 한국 영화의 저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 곽 대표는 “제가 최초라고 하니 뿌듯하고 기분 좋다”며 “제가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님을 보면서 영화 제작의 꿈을 꾸고 일에 뛰어들었듯이 영화를 꿈꾸는 분들에게 희망으로 작용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오스카 캠페인 기간 중 한 번은 봉준호 감독님이 저를 ‘우리 멋진 프로듀서’라고 소개한 적이 있어요. 저의 외형을 보고 ‘오!’라는 반응을 보이시더라고요. 그분들이 보기에 저는 키도 작은 여자니까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동양의 여성 제작자가 나와서 상을 받는 모습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亞 여성 제작자 최초 아카데미 작품상

‘기생충’은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 대규모 프로모션인 오스카 캠페인을 진행했다. ‘오스카 레이스’라고도 불리는 이 캠페인은 아카데미 회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전방위로 진행하는 영화 홍보 활동이다. 곽 대표는 지난달 ‘기생충’이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극영화상·미술상·편집상 등 6개 부문에 오른 뒤 본격적으로 캠페인에 참여해왔다. 곽 대표는 “처음 미국으로 건너갔을 때 송강호 씨가 노아 바움백 감독을 두고 ‘우리 노아, 금마’라며 친근하게 말하시더라. 처음엔 의아했는데 계속 지내다 보니 이해됐다”며 “후보에 오른 다른 작품 관계자 모두 경쟁자라기보다 동료로서 영화 이야기를 함께 나눈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일주일 전 ‘기생충’ 팀과 함께 나눴던 이야기도 살짝 곁들였다. 곽 대표는 “홍보 활동을 하면서도 상을 쉽게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며 “‘국제영화상’은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는데 다른 부문은 불투명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현지의 분위기가 ‘기생충’에 호의적이라 희망을 놓진 않았단다. “한 번은 다 같이 수상 부문을 점쳐본 적이 있어요. 저와 송강호 씨만 작품상을 꼽았어요. ‘못 먹어도 고’라는 생각이었죠.(웃음) 말은 그렇게 했지만 확신은 없었어요. 사실 외국어로 만들어진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는다는 건 아카데미 전례에 없었으니까요. 저희 작품에 투표를 하신 분들의 용기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고향 부산은 나의 안식처”

곽 대표는 “아카데미상 수상을 축하해준 고향 분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전에는 제 이름을 검색해보지 않았는데 이제는 매일 체크하게 되더라”며 “고향의 한 음식점에서 ‘영도구의 딸 곽신애의 오스카 4관왕을 축하한다’는 현수막을 걸어주셨더라. 모교인 동아대학교 입구에도 축하 현수막이 걸렸다.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니까 바로 제 얼굴이 떴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유명인사 대접을 받는 게 어색하지만 저를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부산은 제게 떠올리기만 해도 힐링 되는 곳이다. 가족과 친구가 있는 소중한 고향”이라고 했다. 앞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직후 “영화의 도시 부산에서 태어난 덕분에 이런 영광스러운 날을 맞았다”고 전한 곽 대표는 다시 한번 부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저는 아직도 부산 사투리로 말할 때 가장 편해요. 고향은 저의 안식처죠. 멀리 있어도 든든한 힘이 되는 곳이랄까요. 이번 수상을 발판삼아 앞으로도 매 작품 최선을 다하는 제작자가 될게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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