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테크] 할매손충무김밥
할매손으로 ‘폐업 점주’ 보듬는 따뜻한 프랜차이즈
(주)할매손 정용수 대표가 지난 20일 금정구 금사동 할매손 본사에서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할매손은 어려운 요식업자들의 교육과 전업 지원 등을 위해 별도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장병진 기자
충무김밥은 통영 뱃사람의 아내가 물고기를 잡느라 식사를 제대로 못 하는 남편을 위해 처음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설에 따르면 아내는 처음에는 일반 김밥을 싸 줬다. 그런데 일반 김밥은 각종 반찬을 함께 넣으니 더운 날씨에 상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김으로 싼 밥과 젓갈, 섞박지 등 반찬을 따로 담아 주게 됐고 이게 일대로 확산돼 충무김밥이 됐다는 것이다.
충무김밥을 보며 따뜻한 부부간의 사랑과 아내의 지혜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할매손 정용수 대표는 이것이 프랜차이즈로 성공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보였단다. 통영에서 태어나고 자라 충무김밥이 일상적이었던 정 대표였기에 이는 더 어려웠을 수도 있다. 정 대표는 “상하지 않고 재료를 따로 담아도 된다는 것은 어디에서나 동일한 맛을, 위험 부담없이 만들 수 있다는 뜻 아니냐”며 "할머니의 맛을 생각하며 할매손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말했다.
백화점 입점 유일 ‘충무김밥’
명지 스타필드 등 70여 곳 진출
내달 커피 전문 브랜드와 협업
드라이브 스루까지 가능
폐업 문턱에 선 소상공인 도와
적은 비용으로 재도전 기회 줘
■깁밥 드라이브 스루? 역시 전국 1위
정 대표의 생각은 딱 들어맞았다. 2012년 부산·경남을 중심으로 ‘할매손충무김밥’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 당시는 프리미엄 김밥이 대세였던 시기였다. 프리미엄 김밥만 보던 소비자들에게 갑자기 툭 튀어나온 충무김밥은 말 그대로 ‘신선함’ 그 자체였다.
소비자들은 할매손충무김밥에 열광했다. 그 인기 덕에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광복점, 롯데 동부산몰, 신세계 명지 스타필드 등 백화점, 대형마트 등 70여 곳에 진출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유통매장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인데 유통업체 측에서도 할매손충무김밥에 대한 인지도와 인기가 높다”며 “감사하게도 최근에는 젊은 층들이 할매손충무김밥을 찾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 입점하는 사실상 유일한 충무김밥이다 보니 전국 충무김밥 프랜차이즈 중에서는 독보적인 1등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취향저격’ 아이디어로 독보적 1위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3월 중 커피 전문 브랜드와 협업해 드라이브 스루가 가능한 할매손충무김밥을 선보인다. 뱃일하면서도 먹는 충무김밥을 차 안에서 못 먹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충무김밥의 장점은 오래 두어도 상하지 않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 아니냐”며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이 간편하고도 든든하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충무김밥 드라이브 스루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커피와의 협업은 생뚱맞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순댓국 먹고 후식으로도 아메리카노를 먹는다는 노래도 있지 않느냐”며 “젊은 층들이 김밥을 먹은 뒤 디저트로 커피를 찾는다는 점에서 착안, 편안하게 차 안에서 디저트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고려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폐업 점주를 할매손으로 품다
2020년 1월에 문을 연 할매손 충무김밥 우암동점과 온천동점은 정 대표에게 의미가 있다. 최근 할매손충무김밥의 가맹점 모집은 조금 특별하다. 원래 프랜차이즈는 프랜차이즈를 운영할 여력이 되는 점주들을 모은 뒤 인테리어비, 가맹비를 받으며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정 대표는 기존 분식점, 음식점 등 장사가 어려워 폐업 문턱 위에 있는 소상공인들을 모으고 있다. 정 대표는 “기존 분식점은 김밥, 라면, 우동, 볶음밥, 찌개까지 너무 많은 메뉴가 있어 인건비가 많이 들고 조리 동선도 꼬이니 당연히 맛을 보장할 수가 없다”며 “폐업을 하면 집기 처분 등에 또 돈이 드는데 할매손충무깁밥을 통해 재기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또 충무김밥의 장점이 드러난다. 충무김밥의 장점은 재료를 따로 공급해도 같이 내놓기만 하면 된다는 것인데 이는 숙달되지 않아도 동일한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음식이 상할 염려도 적으니 계절에도 영향을 작게 받는다. 폐업 직전의 점주들은 집기를 버리지 않고 간단한 간판과 인테리어 작업만으로도 새롭게 도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본사에서 섞박지, 김 등을 제공받으면 1명만 있어도 충분히 가게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단순히 재료만 공급하는 것도 아니다. 정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직접 점주들에게 동선, 음식 조리법 등을 교육한다. 금정구에 직원들이 모두 다 앉고도 남을 거대한 회의장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정 대표는 “10년 가까이 할매손을 운영하며 얻게 된 요식업의 노하우를 교육과 현장 지도 등을 통해 나눌 예정”이라며 “할매손이란 이름답게 부산 요식업계의 따뜻한 프랜차이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