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한의 분권이야기] ‘저주 바이러스’를 걷어차자!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부위원장 경상대 교수
지금은 ‘저주 바이러스’를 걷어찰 때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가 지역 사회에 전파되면서 일부 언론은 공포·불안·혐오·위기 마케팅을 넘어 저주 바이러스를 확산시키고 있다. 어떤 신문은 코로나19로 인해 최악의 경우 우리나라 인구 5000만 명 중 40%인 2000만 명이 감염되고 2만 명 정도가 사망할 것이라는 가정을 제목으로 뽑고 있다.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나라가 늘어 ‘코리아 포비아(한국인 공포증)’가 우려된다는 기사가 실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한 국가는 이스라엘, 바레인, 키리바시, 사모아 등 6개국이라고 한다. 이들 나라에 한국인들이 몇 명이나 여행을 간다고 마치 전 세계가 한국인 공포증에 떨고 있는 것처럼 공포와 불안을 조장하고 있는가.
코로나19 공포 마케팅 기승
국민 더 불안하게 만들어
예측 못 할 상황 초래 우려
각 언론, 공정성을 되찾고
분권 뉴스로 정확성 기해
감염병 극복에 앞장서야
일부 언론은 또한 저주 바이러스에 편승한 네티즌의 검증되지 않은 반응을 사실인 양 신속히 퍼 나른다. 확진자가 다녀간 부산 찜질방 모습은 네티즌의 “괴물의 합동 장례식 장면과 똑같다”라는 반응으로 여과 없이 그려지고 있다. “부산도 뚫렸다”라면서 마치 부산의 방역 체계가 무너진 것처럼 선정 보도가 도배되고 있다. 신천지 대구교회의 집단 감염은 네티즌이 올린 “헬게이트(지옥 문)가 열렸다”로 받으면서 시민의 공포와 분노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한다. 어떤 신문은 정부가 코로나19를 신천지·언론·태극기 탓이라고 했다고 비난한다. 어느 사설은 정부가 중국 눈치 보고, 총선 승리에 몰두하는 와중에 전염병이 전국 곳곳에서 창궐하고 있다고 하면서 대구는 패닉(공황) 상황이라고 ‘비말’을 쏟아낸다. 이만하면 언론은 정부에 대한 비판이 아닌 비난과 저주를 퍼붓는다. 저주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시청률과 구독률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려고 공포 마케팅을 조장하고 있다. 이러한 저주 바이러스는 국민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정부는 코로나19 범정부 대책 회의를 갖고 감염병 위기 경보를 ‘경계’ 단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정부, 지자체, 방역 당국과 의료진, 나아가 지역 주민과 전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총력 대응해야 하는 중대한 시기”라고 했다. 정부는 질병관리본부 중심의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이를 지원하기 위한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하였다. 감염병 심각 단계 발령은 2009년 신종플루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전국의 지자체도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부산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코로나19 상황 알림이 나온다. 시민들의 감염 의심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장소와 시간대별로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 예방 행동수칙, 선별 진료소 설치 현황, 코로나19 문의 관할 보건소와 선별 진료소의 연락처와 주소도 알리고 있다. 울산시와 경상남도 등도 유사한 정보를 제공하여 시민들에게 사전에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도록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
헌법과 법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전국·지역적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인력·시설·장비를 총동원하고, 관련 의료종사자·검역관·공무원 등은 정신적·체력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시민들은 그들에게 박수와 응원을 보내면서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하는 등 차분히 대응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지역 주민과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코로나19에 총력 대응해야 한다는 것은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범정부 대책 회의 브리핑 보도 자료에는 한국기자협회의 코로나19 보도준칙, 코로나19 예방수칙, 자가 격리 대상자 및 가족 동거인 생활수칙, 여행력 알리기 의료기관 안내 포스터, 감염병 예방수칙이 붙임으로 있었다. 방송과 신문을 위한 자료였다.
하지만 그러한 붙임 자료를 소상하게 보도하는 방송과 신문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여 언론에 제안한다. 언론은 한국기자협회의 코로나19 보도준칙을 준수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적어도 예방 수칙은 매일 보도해도 지나치지 않다. 방송은 실시간으로 코로나19 정보를 자막 처리하여 시청자들에게 제공하자. 뉴스의 일기예보와 같이 전국 상황을 상세히 전하는 ‘코로나19 예보’ 같은 것을 신설해 보자. 지역 뉴스 시간을 늘려 코로나19의 지역 상황을 보도할 필요가 있다. 공중파의 전국 뉴스로는 지역 소식을 충분히 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전국 뉴스보다 분권화된 지역 뉴스가 중요하다. 이러한 대응이야말로 공익성을 추구해야 하는 언론의 자세이다. 시민들이 저주 바이러스를 걷어차기 전에 박수받는 언론으로 거듭나야 한다. 정부·지자체·언론·시민이 하나가 되어 빠른 시간 내에 코로나19를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