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철의 어바웃 시티] ‘이익의 공유’와 메가 리전(Mega Region) 전략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
최근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예사롭지 않다. 1인당 3만 달러 이상의 선진국형 국가 중에서는 매우 두드러지는 수도권 초일극 집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 지역에 인구의 50% 이상, 청와대와 국회 대법원 등 최고 권력기관 100%, 국내 1000대 기업 본사의 74%, 문화 콘텐츠 산업의 86.2%, 대학평가 상위 20대 대학 중 80%, 신규 투자의 75.8%가 몰려 있다. 가히 초집중화라고 해야 할 현상으로 “수도권만을 위한 ‘공화국’이냐?”라는 비판이 나온다. 비수도권인 ‘지방’은 이제 쇠퇴를 지나 ‘소멸’을 걱정하고 있다.
수도권 초집중에 지방은 소멸 단계
어쩌다 이 지경까지 추락했는지…
미국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 사례
‘이익의 공유’ 정책으로 서로 번영
우리도 지자체 간 무한 경쟁 지양
상호 공생 위한 ‘메가 리전’ 전략 필요
서울 중심의 수도권이라는 숙주(host)에 지방은 기생충(parasite)이 되어 가는 것은 아닐까? 영화 ‘기생충’에서 다루는 도시 내 빈부 격차로 인한 사회 불평등이 지방 입장에서는 국토 불균형 발전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등치된다.
내국인 해외 여행객 2800만 명 시대에 인구 1300만 명에 달하는 영남권에는 아직도 미주 주요 도시로 가는 국제공항 하나 없다. 지방의 부모들은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자식들을 수도권 대학으로 보내려 한다. 세종혁신도시는 시민들이 주말이면 서울로 탈출해 유령도시가 되기 일쑤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서울로 온 가난한 지방 사람들을 ‘지방충(蟲)’으로, 지방대학을 ‘지잡대’로 비하한다. 더욱이 모든 지방의 관료들은 예산 확보 과정에서 지역보다는 중앙정부 시각에 맞는 논리를 개발하려고 애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며 대한민국의 지방은 어쩌다 이렇게까지 추락했을까?
미국 중북부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Minneapolis-St. Paul)이라는 쌍둥이 도시는 ‘미니애폴리스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지방 번영의 좋은 사례다. 미니애폴리스는 미네소타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이고, 세인트폴은 미네소타주의 수도이다. 이 지역은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시카고와 같은 대도시의 후광 효과가 없고 인재 유치도 어려웠다.
그러나 이 지역에는 3M 본사뿐만 아니라 최근 〈포츈(Fortune)〉지가 선정한 미국 내 500대 기업 중 19개 사의 본사가 자리 잡고 있다. 사실 쌍둥이 도시의 성공 비결은 여러 지방정부 간 도시연합, 즉 메가 리전(Mega Region)의 정신에 있다. 메가 리전 전략은 1971년 미네소타주가 시행한 ‘재정 평등화(fiscal equalization)’ 정책에 기반하고 있다.
이 정책은 모든 도시와 농촌 지역의 산업 부문 세수 증가분의 절반을 주정부 기금에 예치토록 해 부유한 대도시 지역에서 거두어들인 세금을 가난한 농촌 지역의 시설 개선에 쓰도록 하였다. 세금을 나눠 쓴다는 점에서 세금 공유(tax-sharing) 제도로도 알려진 이 정책의 핵심은 ‘이익의 공유’이다. 이를 통해 메가 리전 전략은 불균형 발전의 핵심 해결책으로 자리매김했다.
1990년대 지방자치 시대가 시작된 우리나라에서는 지방정부 간 경쟁이 유독 강조되었다. 무한 경쟁과 효율을 강조했던 당시 ‘신자유주의’의 영향도 있었지만, 선출된 지자체 단체장들은 인근 지자체와 경쟁을 통한 예산 확보와 개발 사업을 자신의 치적으로 여긴 측면이 컸다. 지방정부 간 무한 경쟁은 지역 간 불필요한 갈등과 대립을 유발했다. 남강댐을 둘러싼 부산·경남 간 물 문제, 가덕도·밀양 간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지방정부 간 대립은 급기야 지역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이익의 공유가 이뤄지지 못한 지방 도시들은 무한 경쟁 시스템 속에 쇠퇴의 악순환에 휩싸였다.
미네소타주 쌍둥이 도시의 협력 사례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변화의 조짐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부산신공항 검증에 관한 부·울·경의 공동 노력, 부산·경남 간 협력을 통한 부산 제2신항 건설, 부산·울산이 공동 유치한 원전해체연구소 등 지방정부 간 소통과 협력의 사례들이 그것이다.
이와 더불어 부·울·경 지역을 하나로 묶으려는 메가 리전 또는 메가시티에 관한 이론적, 실천적, 정치적 논의도 시작되고 있다.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참여정부 당시의 혁신도시 전략이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 노력이었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메가 리전 전략은 이익의 공유를 통한 지방정부 중심의 상향식 노력이어야 한다.
상향식 노력은 추락한 지방을 기적적으로 살려 낼 계획 또한 함께 필요하다. “너희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고 부러워하며 경외 시 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도 지역 간 이익의 공유에 관한 계획을 수립해 메가 리전의 번영을 준비해야 한다. 누구나 성공하는 ‘무(無) 계획(No Plan)’이 아니라 지방 공생을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 갈등과 분열을 넘는 공생의 계획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