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지분 늘린 반도건설 “대한항공 살리기 역할 하고 싶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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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다툼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반도건설의 서울 강남구 사무실. 연합뉴스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다툼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반도건설의 서울 강남구 사무실. 연합뉴스

이달 말 한진그룹의 경영권 향배를 정할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KCGI 등 ‘3자연합’과 한진그룹 간 경영권 분쟁이 가속화한다. 주총에서 치열한 표 대결이 예고된 가운데 한진그룹과 3자연합은 매일 설전을 벌이고, 우호세력을 통한 한진칼 주식 매입도 멈추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3자연합’의 한 축인 반도건설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매우 높다. 반도건설이 왜 갑작스럽게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는지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반도건설은 부산에서 첫 사업을 시작한 뒤 지금은 17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건설기업으로 성장해 부산 지역 상공업계에서도 큰 관심을 보인다.


여유자금 활용 단순 투자 시작

지분율 8.28%서 13.31% 증가

한때 “한진 부동산개발” 루머도

‘3자연합’ 경영권 참여로 선회


반도건설은 토목·건축, 주택건설사업을 목적으로 1980년 부산에서 설립돼 현재 서울 강남 테헤란로(반도홀딩스)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지주회사인 반도홀딩스가 반도건설과 반도종합건설을 자회사로 거느리며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현재 계열사인 반도개발 대호개발 등을 통해 한진칼 지분 13.31%를 보유하고 있다. 당초 한진칼 지분율이 1월 기준 8.28%에서 크게 늘었다.

반도건설은 부산에서 하숙집 공사라는 조그만 사업으로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회사의 특징이 대규모 사업확장을 하지 않고 위험한 부동산프로젝트는 되도록 피하는 등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중견건설사가 부침을 겪을 때도 반도건설은 건재했다. 권홍사 회장은 2015년 본지 인터뷰에서도 “2000년대 초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왔을 때 큰 회사 되려고 많이 지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구조의 아파트를 지어 인기를 끈 것도 이 같은 원칙 덕분에 가능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반도건설이 ‘3자연합’을 통해 한진그룹 경영권 다툼에 뛰어든 것을 주변에서는 다소 의외로 생각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반도건설 관계자는 “처음 한진칼 주식을 매입할 때는 (회사의 여유자금을 활용하기 위한)단순 투자였다”고 말했다. 반도건설이 한진그룹의 부동산개발을 노렸다고 하는 루머도 있었는데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것. 투자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없으니 한때 언론에서는 반도건설을 한진그룹의 우호지분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진전되면서 반도건설은 경영권 참여로 역할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공적자산인 운수권을 배분받아 사업을 하는 대한항공이 7년간 2조 원 가까운 적자를 내고 800% 이상의 부채비율을 기록하는 등 경영이 위기에 놓인 데다 지배구조 역시 낙후됐다. 그런 것을 보고 KCGI와 함께 실력 있는 전문경영인을 통해 회사를 살리는 역할을 하자고 뜻을 함께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의 경영권을 놓고 외부세력과 대치국면에 놓인 상황은 거의 없었다”라며 “그러나 길게 놓고 보면 한국경제에 기여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그 과정이 힘들겠지만 궁극적으로 잘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우리가 가진 선의가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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