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극복한 박달흠 씨 “시민들 위로가 전염병 이겨 낸 백신”
4일 부산 사하구 목촌돼지국밥 박달흠(왼쪽에서 두 번째) 대표와 직원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위기 극복을 응원하고 있다. 이 식당은 5년 전 메르스 사태 당시 확진자가 다녀간 식당으로 알려져 큰 어려움을 겪었으나 시민과 각계각층의 방문과 격려로 회복할 수 있었다. 정대현 기자 jhyun@
평온했던 일상이 무너지는 데엔 1~2분도 걸리지 않았다. 2015년 6월 7일 오후 부산 사하구 괴정동 괴정목촌돼지국밥 박달흠(62) 대표는 지인 결혼식장에서 가게 직원의 전화를 받았다. 다급한 목소리였다. “난리가 났습니다. 뉴스가 나왔는데 우리 가게에 메르스 환자가 왔다갔어요.”
직원은 밥 먹던 손님도 중간에 뉴스 보고 나가고, 들어오던 손님도 도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처음엔 멍했다고 한다. 그는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가게로 돌아오는데, 말 그대로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이었다”고 그날을 회상했다.
2015년 부산 첫 메르스 확진자
운영하던 돼지국밥집 다녀가
매출 ‘뚝’ 바이러스 식당 낙인도
“시민들 도움으로 다시 일어서
힘들수록 포기 말고 버텨야”
‘착한 임대료 운동’ 동참하기도
가게에 돌아와 보니 140평 남짓한 식당은 텅 비어 있었다. 2015년 메르스 사태의 부산 첫 확진자가 6월 2일 국밥집을 다녀간 것이 공개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괴정목촌돼지국밥은 하루 매출이 300만 원 정도로 인기 있는 식당이었으나, 그날부터 하루 매출이 뚝 떨어지더니 하루 20만~30만 원 매출을 올리기도 힘들어졌다.
매일 수십만 원씩 적자가 쌓이는 날이 이어졌지만, 가게 문을 닫지 않았다. 방역을 실시했으니, 보건학적으로 따져도 혹시나 있는 어떠한 위생 문제도 다 사라졌다는 확신이 박 대표에겐 있었다. 언젠가 공포감이 사라지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정작 박 대표를 힘들게 하는 건 매출 하락이 아니라 공포감에 잡힌 이들의 비난이었다. 박 대표는 “국밥집에 발길이 뚝 끊긴 게 다가 아니었다. 문을 안 닫고 왜 다시 영업을 시작하느냐는 비난과 메르스 바이러스가 남은 식당이라는 낙인이 더욱 뼈 아팠다”고 말했다.‘메르스 식당’이라는 낙인에 어르신을 상대로 열었던 중식 봉사도 접어야만 했다. 3개월 정도 이런 날들이 이어졌다.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건 결국 시민들의 도움 덕분이었다. 박 대표는 “이웃의 따뜻한 마음이 있어 버텼다. 밥을 먹고 나서면서 ‘힘드셨죠’ ‘어려웠죠’라는 손님의 위로가 있어 버텼다”고 말했다. 각계각층의 방문도 이어졌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경찰, 부산시의사회 등에서도 식당을 방문하며 힘을 보탰다. 순식간에 일상이 무너지기는 하지만, 시간이 걸려도 일상은 다시 돌아오는 법이었다.
박 대표는 “코로나19 여파로 확진자가 다녀간 곳뿐만 아니라 웬만한 식당도 요즘엔 임대료와 인건비를 벌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포기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시민들도 주변 식당을 많이 찾아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질병에 대한 공포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언젠가 다시 정상적인 날들이 펼쳐지기 마련이다. 지금은 모두가 위축돼 있지만, 확진자가 다녀간 곳도 방역이 끝났다면 안전하다는 걸 시민들도 곧 체감할 날이 온다는 거다. “그때까지 힘내고 버티자”는 게 박 대표의 조언이다.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메르스의 직격탄을 맞은 식당의 대표가 하는 말이니 그의 조언은 단순해도 묵직함이 느껴진다.
“서로 도와야 상생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시민들도 가게를 좀더 찾고, 건물주도 임대료를 낮춰 줘야 합니다. 힘들수록 서로 도왔으면 좋겠습니다.”
동래구에 분점이 있는 박 씨는 ‘착한 임대료 운동’에 동참했다. 자신의 2층 건물 세입자 2명에게 임대료를 인하해 줬다. 명륜1번가번영회 회장을 맡아 주변 건물주의 임대료 인하도 이끌어냈다. 메르스 사태 당시 결국 시민의 도움으로 일상으로 돌아왔으니, 그 고마움을 어떻게든 나누려 다짐했단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