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벌벌 떨게 한 ‘4000억 메뚜기떼’…우리나라는 괜찮나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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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중동 대륙에 창궐하고 있는 사막 메뚜기떼. 무려 4000억 마리다. 로이터·연합뉴스 아프리카, 중동 대륙에 창궐하고 있는 사막 메뚜기떼. 무려 4000억 마리다. 로이터·연합뉴스

재난의 연속이다. 호주 초대형 산불에 이어 코로나19 바이러스, 이제는 ‘메뚜기떼’ 습격이다.

4000억 마리의 ‘사막메뚜기’가 아프리카 동부 케냐→인도→파키스탄을 거쳐 중국까지 위협하고 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초기 통제 실패 시, 6월까지 500배 이상 불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십수 년 주기로 발생하는 메뚜기떼. 농작물과 목초지에 얼마나 위험할까. 우리나라는 ‘안전지대’일까. 중국 방어선이 무너지면 또 어떻게 될까.

국내 최초 메뚜기 박사로 알려진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김태우 박사와 부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에게 들어봤다.


■ 얼마나 무섭나?

이번에 이슈가 된 메뚜기떼는 ‘사막메뚜기’(desert locust)다. 메뚜기 크기가 성인 남자 손가락 정도다.

떼 지어 다니는 한 무리는 무려 1000억 마리 수준이다. 하루에 자기 몸무게의 배 이상이나 되는 작물을 먹어 치운다. 알려지기로는 1t의 메뚜기떼가 하루에 사람 2500명 분의 식량을 없앤다고 한다.

문제는 탁월한 ‘이동력’이다. 계절풍을 타고 다른 대륙까지 넘나든다. 역사 기록에는 아프리카, 중동에서 발생한 메뚜기떼가 동쪽 캄보디아까지 날아들었다고 한다. 서쪽으로는 카리브해를 건넜다는 기록이 있다. 날개가 없는 ‘약충(애벌레)’일 때가 아니면 마땅한 대책도 없다. 어떤 약을 써도 불어나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한다. 이번에 발생한 메뚜기떼 규모는 25년 이래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김 박사는 “정확히 얼마나 개체 수가 늘고 있는지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10년 전부터 메뚜기떼 피해 사례들이 자주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 왜 발생하나?

2015년 8월 러시아 남부지역에 참새 만한 메뚜기떼가 습격한 모습. 유튜브 영상 캡처 2015년 8월 러시아 남부지역에 참새 만한 메뚜기떼가 습격한 모습. 유튜브 영상 캡처

사막메뚜기는 건기 때 알 상태로 몇 년씩 땅속에 있다. 그러다 비가 오는 우기가 되면 일제히 땅 밖으로 나온다.

최근 기후 변화 등으로 건기 우기가 불규칙해지면서, 십수 년에 한 번씩 천문학적 수의 메뚜기가 동시에 땅 밖으로 나온다. 건기가 길어지면서 알 상태의 메뚜기가 계속 축적된 것이다.

좁은 지역에 한꺼번에 많은 메뚜기가 몰리면서, 메뚜기들도 스스로 스트레스와 호르몬 변화를 겪는다. 특히 이같은 비이상적 생태 환경으로 인해 ‘이주 본능’에 이끌린다. 먹이와 거처를 찾아 주변 국가로 날아가는 것이다

더불어 메뚜기의 몸도 이주에 적합한 형태로 서서히 바뀌었다. 다리가 짧아지고 날개가 길어지는 등 장거리 이동이 가능하게 됐다.

이밖에 메뚜기떼 발생 원인으로 태양 흑점 관련설 등 여러 가지 말이 나돌고 있다.


■ 한국까지 올까?

풀무치. 1마리 몸무게가 12g으로, 매일 자기 몸무게만큼 농작물을 갉아 먹는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풀무치. 1마리 몸무게가 12g으로, 매일 자기 몸무게만큼 농작물을 갉아 먹는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현재 창궐한 사막메뚜기 떼가 중국을 뚫고 들어가더라도, 우리나라까지 날아올 가능성은 극히 낮다. 다만 추후 고비사막, 티베트 등 중국 일대에서 ‘메뚜기 대발생’이 일어날 경우, 우리나라도 위협받을 수 있다. 김 박사는 “중국에서 발생한 메뚜기는 충분히 우리나라로 넘어올 수 있다”면서 “중국 소식을 수시로 체크하며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국내에서도 메뚜기떼가 발생해왔다. 2014년 8월 수십억 마리의 메뚜기떼로 전남 해남군 농경지 25ha가 쑥대밭이 됐다. 사막 메뚜기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자체 발생한 아시아권 메뚜기인 풀무치다.

이밖에 삼국사기, 조선왕조실록 등에도 국내에 '황충 피해'가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일제강점기 때 평안도 지방에서도 메뚜기 피해가 보고됐다. 다만 아직 발생 주기나 피해 규모가 사막 메뚜기보다는 덜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파키스탄 국경 메뚜기떼 소탕 작전에 투입된 중국 ‘오리 십만대군’. 유튜브 영상 캡처 파키스탄 국경 메뚜기떼 소탕 작전에 투입된 중국 ‘오리 십만대군’. 유튜브 영상 캡처

주기적으로 메뚜기떼를 대비해 온 중국에서 배워야 한다. 우스워 보일 수도 있지만, 예전부터 오리나 닭 등 조류를 풀어서 잡아먹게 했다. 그에 대한 연구자도 수백 명에 달한다. 중국은 이번 메뚜기떼 방어를 위해 '오리 십만대군'을 파키스탄 국경지에 보냈다. 오리 한 마리가 하루에 메뚜기 200마리 이상을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을 비롯해 아프리카, 유럽 등지에는 메뚜기떼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메뚜기떼에 대한 대응 매뉴얼은 없다. 포도나무, 가죽나무 등에서 번식하는 꽃매미, 외래 돌발해충 미국선녀벌레 등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부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농식품부, 검역본부, 산림청, 농업진흥청 등으로 구성된 방재대책협의회가 있어, 돌발 해충에 대한 대책 마련이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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