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표 손에 쥐려고…’ 대형마트 앞 ‘한밤 줄서기’
[부울경 ‘코로나19’ 초비상] 계속되는 마스크 대란
5일 오전 0시 30분께 부산 수영구 코스트코 부산점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 구매 번호표’를 받기 위해 줄을 선 모습. 독자 제공
영하의 꽃샘추위도 마스크 구매 한밤 줄서기를 막지 못했다.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시민 수백 명이 선착순으로 배부되는 ‘구매 대기 번호표’를 얻기 위해 이른 밤부터 대형마트 앞에서 밤샘 대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5일 코스트코 부산점 등에 따르면, 4일 오후 9시부터 이날 새벽까지 600여 명이 부산 수영구 코스트코 부산점 앞에 100m 넘는 대기줄을 만들었다. 이들은 마스크 구매에 나선 시민들이었다. 마스크가 매장에 들어오는 족족 팔려 나가는 터라, 이들은 남들에 앞서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전날 저녁 매장을 찾은 것이다.
시민 수백 명 밤 9시부터 줄 서
새벽 물품트럭 와야 물량 확인
“내 차례까지 올까” 불안한 기다림
장시간 추위 떨다 ‘빈손 귀가’도
이들이 기다린 것은 마스크가 아니라 물품 배송 트럭. 5일 밤 0시 30분 트럭이 도착하자, 코스트코 직원이 마스크가 입고됐는지 확인하고 번호표를 선착순으로 배부했다. 시민들이 모두 돌아간 시간은 오전 1시 30분이 넘었다.
이날 코스트코 부산점에는 마스크 500상자가 입고됐다. 1상자에 마스크 30장이 들어있으며, 한 명이 1상자만 살 수 있었다. 번호표를 받은 시민들은 5일 코스트코 부산점을 방문해 번호표를 주고 마스크를 구매했다. 이들은 마스크 30장을 구매하기 위해 4~5시간을 밖에서 기다린 셈이다.
이날 번호표를 받은 시민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다. 이날 배송 트럭이 올 때까지 장시간 기다리고도 마스크 물량이 모자라 빈손으로 돌아가는 시민도 많았다.
이날 마스크를 사기 위해 오후 10시 40분께 대기열에 합류한 시민 김 모(58·여) 씨는 대기 번호표 ‘400번’을 받았다. 마스크 물량 500상자가 들어온 터라, 김 씨는 가까스로 마스크를 손에 쥘 수 있었다. 김 씨는 “영하의 추운 밤에 마스크 한 상자 사려고 줄을 서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다행히 마스크를 살 수 있었지만, 그냥 돌아간 사람도 많다.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마스크 공급을 하고 있다지만, 전혀 와 닿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러나 이날처럼 마스크가 제때 입고되는 날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 마스크 공급이 불안정한 탓에 마스크가 매장에 들어오지 않는 날에는 허탕을 쳐야 한다. 장시간 기다린 시민들은 빈손으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 코스트코 관계자는 “마스크 재고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지만, 공급 불안정으로 마스크가 들어오지 않는 날도 있다”고 말했다.
또 한밤 소동이 끝난 후 다음 날 아침에도 마스크로 인해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많은 시민이 아침 일찍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찾았다가 헛걸음치기 일쑤인 때문이다.
5일 오전 9시 30분께 개장 시간보다 30분 일찍 코스트코를 찾은 한 시민은 “가족이 쓸 마스크가 없어 출근길에 매장을 방문했지만, 마스크를 단 한 장도 구하지 못했다”며 “한밤에 줄 서서 번호표를 받았단 소식을 듣고는 기가 막혔다. 이게 무슨 난리냐”고 토로했다.
또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마스크 재고가 남았느냐” “마스크가 왜 없느냐”고 물어보려고 몰리는 바람에, 매장 입구에서 회원카드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코스트코는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어, 입구에서 검사가 이뤄진다.
코스트코 관계자는 “매장 곳곳에 ‘마스크 재고가 없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있지만, 고객들이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 탓에 다시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마스크 때문에 기약 없는 기다림을 자처하는 시민들을 위해 물량을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