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두 번 다녀간 곳’ 낙인찍혔지만… “이겨 낼 겁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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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코로나19’ 초비상] 자영업자의 눈물

5일 부산 동래구 안락동 삼성빅마트 김종록(오른쪽) 대표와 직원들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파이팅을 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5일 부산 동래구 안락동 삼성빅마트 김종록(오른쪽) 대표와 직원들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파이팅을 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길 가다 우리 가게 앞에서 간판을 보고 건너편으로 돌아가는 이들을 보면 기가 막힙니다. 제 잘못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피해를 입어야 하는지….”

부산 동래구 안락동의 삼성빅마트 김종록(48) 대표는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에 두 번이나 상호가 노출되면서 어느 때보다 힘든 날을 보내고 있다. 확진자 2명이 잇달아 가게를 다녀가면서 거듭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안락동 삼성빅마트 김종록 대표

동선 공개에 상호 노출 ‘날벼락’

고객 끊기고 반품 요구도 속출


막대한 피해 구제 안 돼 ‘막막’

“클린존 지정 효과 있었으면…”


첫 확진자는 가게 밖에 서 있었을 뿐인데도 알림 문자에 고지가 됐다. 이후 정정을 했지만 ‘낙인’의 피해는 상상 이상이었다. 가게 이름이 박힌 확진자 동선 알림이 퍼지고 난 후 가게에는 반품 요청이 쏟아졌다. 이미 포장을 뜯은 제품이라도 ‘동네 장사’라 어쩔 수 없이 모두 반품 처리를 했다.

CCTV로 확인해 보니 두 번째 확진자도 마스크와 목도리로 꽁꽁 싸매고 가게를 방문했지만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고객들은 발길을 뚝 끊었다. 보건소가 접촉 직원에게 이상이 없다고 확인을 하고, 두 번에 거쳐 매장 안팎에 방역을 했지만 고꾸라진 매출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김 대표는 확진자 동선 공개의 피해를 온전히 해당 업체가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분통을 터트렸다.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상호가 노출됐지만, 막대한 피해에 대한 구제 방안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업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상호를 바꿔 간판을 교체하거나 리모델링하는 방법뿐이지만 간판 교체 비용만 수천만 원이 들어 엄두를 못 내는 형편이다. 그는 “시의 클린존으로 선정돼 스티커를 붙이긴 했지만 사람들이 얼마나 안심을 할지는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김 대표는 인근 가게들까지 피해가 극심하다고 전했다. 그는 “직원 쓸 여력이 없어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나 빵집까지 골목 상권이 완전히 죽었다”며 “혹여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웃이 나올까 걱정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출 상환과 임대료 납기일이 다가오고 있어 하루하루가 피가 마르지만 매일 “이겨 보자”는 다짐을 하며 어느 때보다 가게 일에 전념하고 있다. 아침마다 엄궁과 반여농산물 시장 경매에 참여해 특상품 채소와 과일을 가져와 10~20% 할인해 판매하고, 매장 청결 관리도 이전보다 배로 강화했다.

김 대표는 “좋은 물건을 싸게 공급하면서 고객들이 다시 찾아 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대출이나 세금 유예와 같은 간접적인 대책 말고 피해 업체들의 피부에 와 닿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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