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큐 전문의를 만나다] 부산고려병원
엄지 힘줄에 염증 ‘드퀘르뱅병’, 초기 약물·물리치료 가능
부산고려병원 김주용 진료과장이 손목 통증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부산고려병원 제공
자녀를 출산하고 육아를 하는 젊은 엄마들, 그리고 손주를 봐주는 할머니들 가운데 손목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흔히 손목 통증이라고 하면 집안일을 하는 주부와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는 젊은 층에 쉽게 나타나는 손목터널증후군, 방아쇠 수지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어린 자녀를 키우는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손목 통증으로 드퀘르뱅병이 있다.
부산고려병원 관절센터 김주용 진료과장은 “손목의 엄지 방향 쪽에 엄지를 벌리고 펴는 두 개의 힘줄이 지나가는데, 여기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드퀘르뱅병이라고 부른다”며 “환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엄지손가락 쪽 손목 부종과 통증”이라고 설명했다.
드퀘르뱅병은 이 병을 처음 소개한 스위스 의사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우리말로는 손목관절 협착성 힘줄윤활막염이라고 부른다.
손목터널증후군의 특징이 손목의 통증과 손가락 저림이라면 드퀘르뱅병은 엄지손가락의 염증으로 인한 통증과 뻐근한 증상이 주 증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3~4번째 손가락을 구부리는 힘줄에 생기는 건초염을 방아쇠수지라고 부른다면, 드퀘르뱅병은 손가락을 펴는 신전근에 가장 흔히 발생한다.
드퀘르뱅병은 아기를 돌보는 과정에서 목을 지탱할 때, 요리하면서 칼을 쓰는 동작 등 엄지를 사용하는 동작을 할 때 통증이 심해진다. 젊은 엄마와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들에게 흔히 발생해 아기를 안고 돌보는 동작이 주원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주용 과장은 “엄지손가락을 움직이는 동작이 많아지면 이 힘줄들이 지나가는 통로에서 마찰이 일어나게 된다”며 “이러한 마찰이 오랫동안 그리고 자주 반복될 때 결국 염증이 발생해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드퀘르뱅병의 원인을 설명했다.
드퀘르뱅병은 손목의 엄지손가락 부위를 눌렀을 때 통증을 느끼는 임상적 관찰과 초음파 촬영을 통해 비교적 쉽게 진단된다. 엄지손가락을 나머지 손가락으로 감싸 주먹을 쥔 후 아래로 손목을 꺾는 핑켈스타인 검사에서 통증이 생기면 드퀘르뱅병을 의심할 수 있다.
드퀘르뱅병은 초기에는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만으로도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엄지손가락의 움직임이 제한되는 보조기를 착용하고 아이를 돌보거나 컴퓨터 작업을 하면 마찰 발생을 줄여 주기 때문에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김주용 과장은 “드퀘르뱅병이 어느 정도 진행돼 이 같은 보존적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염증 개선을 돕는 주사 치료가 효과적”이라며 “최종적으로는 힘줄을 압박하고 있는 덮개를 절개해 주는 수술적 치료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치료가 늦어진다고 해서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다만 오래 지속될수록 건초염의 정도가 심해져 단순한 덮개 절개만으로 증상 해결이 안 되고, 염증으로 두꺼워진 건초를 동시에 제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통증으로 인해 오랫동안 관절을 쓰지 않아 관절 강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드퀘르뱅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증상을 유발하는 동작을 줄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주용 과장은 “아기를 돌볼 때 부목이나 보조기로 엄지손가락을 고정시키면 증상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는 사람은 틈틈이 스트레칭으로 손목관절을 풀어주면 드퀘르뱅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정상섭 선임기자 verst@
정상섭 선임기자 vers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