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 재난 기본소득 100만 원 가능할까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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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51조 원·별도 입법 필요…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8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에 빠진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전 국민에게 1인당 재난기본소득 1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건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8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에 빠진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전 국민에게 1인당 재난기본소득 1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건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 극복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재난 기본소득 지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것이 과연 실현 가능한 제안인지 의구심 또한 일고 있다.

재난 기본소득은 극도로 위축된 내수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국민 1인당 100만 원을 일제히 지급하자는 제안으로, 지난 8일 김경수 경남지사가 처음 주장했다. 이어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난 긴급 생활비 도입을 주장했고, 이재명 경기지사도 12일 지역화폐 형태의 재난 기본소득 지급을 제안했다.


부산 민주 후보 등 여권 주장

“예산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야권 “총선용 포퓰리즘” 반대

효과 두고 전문가 의견 엇갈려

여론조사선 찬성 비율 더 높아




반면 오거돈 부산시장은 13일 “재난 기본소득의 취지나 목적에는 이견이 없지만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지급하는 보편성과 조건을 따지지 않는 무조건성을 가지고 있어, 제가 생각하고 있는 코로나19 지원대책과는 차이가 있다”면서 타 지역 지자체장과 시각차를 보였다. 오 시장은 또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필요한 재원을 가장 필요한 곳에 신속하게 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16일 더불어민주당 부산 총선 후보들은 코로나19의 피해가 심각하다며 1인당 100만 원의 재난 기본소득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 줄 것을 건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선거대책위원회와 부산지역 총선 후보 16명이 이날 오전 부산시당 대회의실에서 코로나19 피해 지원 대책을 긴급 논의한 뒤 나온 제안인데, 이들은 “현금 지원이나 지역 화폐 등으로 1인당 100만 원 재난기본소득을 지원한다면, 생계 위기에 처한 국민들에 대한 긴급 구호 목적도 달성하고 이 돈이 실질적인 소비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결국 예산이다. 경기 회복을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1인당 100만 원’의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약 51조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법적인 근거도 뒷받침돼야 한다. 현행 재난안전법에서는 재난의 정의와 국가의 책무 등만 명시할 뿐 기본소득에 대한 내용은 없는 상황이어서 재난 기본소득 지급을 위해서는 별도의 입법이 필요하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은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로 타격을 입은 올해 국가 경제성장률을 1%가량 끌어올리려면 약 50조 원이 투입돼야 하며, 이를 근거로 제안하는 것이 1인당 100만 원의 재난 기본소득 지급이다”면서 “청와대 등 정부의 결단과 한국은행의 협력이 있다면 50조 원의 예산은 마련할 수 있으며, 국회가 서두르면 입법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재난 기본소득과 유사한 제도를 도입해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홍콩은 지난달 내수 경제 활성화와 생계 지원을 위해 18세 이상 영주권자를 대상으로 1만 홍콩달러(한화 약 156만 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도 최근 버스와 택시 기사 등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업군에 600링깃(한화 약 17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미래통합당의 입장은 다르다. 김미애 미래통합당 부산시당 부위원장은 “재원 확보 방안도 없으면서 미래 세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일방적인 예산 투입은 국가 채무를 늘려 경제 불안을 더 가중시킬 뿐이다”며 “더욱이 총선을 앞둔 현금성 지원은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최근 거론되는 재난 기본소득은 통상적인 의미에서의 기본소득이라기보다는 일시적 재난수당으로 정부의 이전지출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는 경제성장이나 소비를 늘리는 데는 크게 효과가 없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다만, 기존 일시적 정부 이전지출의 승수효과는 평상시를 가정하고 추산한 것이기 때문에 위기 시에는 효과가 커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의 재난 기본소득 도입 논의와 관련, 도입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반대한다는 의견보다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6일 나와 눈길을 끌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3일 전국 18세 이상 505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P))한 결과 재난 기본소득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8.6%로 집계됐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34.3%로 나타났다. 모름·무응답은 17.1%였다.

리얼미터는 “지난 3일 오마이뉴스가 의뢰한 유사한 조사(찬성 42.6%, 반대 47.3%)보다 찬성이 6.0%포인트(P) 많아졌고, 반대는 13.0%P 적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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