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 남자들, 어떤 처벌받을까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영장심사 마친 텔레그램 성착취물 유료채널 운영 조 모 씨. 연합뉴스. 영장심사 마친 텔레그램 성착취물 유료채널 운영 조 모 씨. 연합뉴스.

텔레그램 방에서 성착취 음란물을 공유하는 일명 'N번방' 사태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는 가운데, 대화방 참가자들이 받을 처벌 수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N번방'은 미성년자 등의 성 착취물을 판매한 텔레그램 대화방이다. '갓갓'이라는 닉네임이 운영한 이 대화방을 시초로 유사한 대화방이 다수 만들어졌고, 현재 구속된 조 모(26) 씨가 운영한 '박사방'은 2019년 9월 등장했다.

인터넷에서는 '박사' 조 씨는 물론 텔레그램방을 이용한 이들까지 모두 강력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유료 대화방은 철저한 본인인증 과정을 거쳐 가상화폐를 지불해야만 입장이 가능해 단순 '호기심'이라는 변명이 불가하다.

조 씨의 신상을 공개하고 포토라인에 세워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2일 오전 11시50분 기준 172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고,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한다'는 청원도 약 110만명의 서명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로 강력한 처벌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현행법상 단순 이용자들은 음란물 소지죄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캡처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캡처

■ 참여자 최소 1만명…경찰 "반드시 검거하겠다"

박사방을 비롯한 텔레그램 대화방 참여자들은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2일 여성단체 연대체인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들이 몇 달 간 텔레그램에서 발견한 성 착취물 공유방 60여개의 참여자를 단순 취합한 숫자는 26만명에 달했다.

텔레그램 성 착취 대화방은 수시로 삭제와 개설이 반복돼 참여자 수를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증거를 확보해 확인한 바로는 대화방 하나에만 많게는 1만명대 인원이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텔레그램이나 트위터 등에서는 이들 대화방에 올라왔던 성 착취물이라며 재유포하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경찰은 박사방 유료회원들을 추적해 검거할 방침이다. 경찰은 "박사방에서 취득한 성 착취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박사방 회원들도 반드시 검거해 강력하게 처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온라인에서는 자신이 처벌을 받을 수 있을지 우려하는 'N번방 남자들'의 글이 쏟아졌다. 네이버 지식인에는 "텔레그램방에서 보기만 했는데 어떤 처벌을 받을까요" "우연히 텔레그램방에 들어갔는데 처벌받나요" 등 문의 글이 이어졌다.


네이버 '지식인' 캡처 네이버 '지식인' 캡처

■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예견된 범죄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검거되더라도 중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인 여성을 상대로 한 성 착취물의 경우, 촬영하거나 유포하지 않고 소지만 한 것을 처벌하는 조항은 아예 없다.

미성년자의 성 착취물을 소지한 경우에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따라 겨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텔레그램방에서 음란물을 시청한 이들은 모두 음란물 소지죄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램 시스템상 영상과 사진을 확인하면 자동으로 저장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을 검거하더라도 법원의 양형은 '솜방망이'라는 것이다. 아동이나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 소지자가 검거되더라도 법원이 내리는 처벌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선고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네이버 지식인에서 한 누리꾼이 "텔레그램 음란물방에 호기심으로 입장했다"며 "바로 방을 나왔지만 텔레그램 특성상 영상과 사진을 보면 바로 자동저장이 되더라. 이런 경우 어떤 처벌을 받게 되나"라고 묻자 한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는 "아동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의 경우 단순히 소지하는 경우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향후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러 출석하라는 취지의 통보를 받으면 피의자신분으로서 조사를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도 "기소유예 처분의 불기소를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조차 이들의 처벌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20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회원가입해 음란물을 본 사람들은 처벌을 받느냐'는 물음에 "처벌할 수 있는 분명한 조항이 없다 보니까 굉장히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 사회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는 전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일베, 소라넷 등에서 유사범죄들이 자행됐지만, 누가 제대로 처벌받았나"라며 "나는 너무나 당연히 '예견된 범죄'였다고 본다"고 일갈했다.

한편 경찰은 또 다른 메신저 프로그램인 디스코드의 성범죄 사건도 수사 중이다. 디스코드에는 '박사방'과 유사한 방식으로 아동·청소년 대상 불법 촬영물이 유통되는 대화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