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바젤 ‘뷰잉룸’, 온라인 미술시장 가능성 보였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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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화랑이 독일 컬렉터에게 판매한 박서보 작품 ‘EcritureNo.990406(2008년)’. 오른쪽 작은 사진은 위부터 아트바젤 온라인 뷰잉룸의 화이트큐브 갤러리 메인 화면, 안토니 곰리의 작품 소개 화면, 곰리 작품에 대한 상세 정보 화면. 조현화랑 제공·아트바젤 온라인 뷰잉룸 캡처 조현화랑이 독일 컬렉터에게 판매한 박서보 작품 ‘EcritureNo.990406(2008년)’. 오른쪽 작은 사진은 위부터 아트바젤 온라인 뷰잉룸의 화이트큐브 갤러리 메인 화면, 안토니 곰리의 작품 소개 화면, 곰리 작품에 대한 상세 정보 화면. 조현화랑 제공·아트바젤 온라인 뷰잉룸 캡처

아시아 최대 규모 미술장터인 아트바젤 홍콩의 온라인 뷰잉룸이 지난 25일 막을 내렸다. 코로나19로 취소된 오프라인 페어의 대안으로 마련된 온라인 뷰잉룸은 미술시장에서 온라인 마켓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참가한 갤러리들이 실제 구매 계약을 맺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부산을 비롯한 국내 갤러리들도 온라인 뷰잉룸 개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여파 오프라인 취소

7일간 25만 명 이상 접속 성황

작품 거래 계약도 “기대 이상”

국내 갤러리 자체 뷰잉룸 준비

“미술 유통 구조 고민 계기” 평가

지난 18일 VIP 프리뷰로 문을 연 아트바젤 온라인 뷰잉룸에는 전 세계 235개 갤러리가 작품 2000점 이상을 올렸다. 당초 오프라인 아트바젤 홍콩에 참여할 예정이던 갤러리의 90% 이상이 참여해 관람객들의 시선이 몰렸다. 갤러리 별로 마련된 룸(전시 공간)에는 최대 10점의 작품이 올려져 있었다.

회화, 조각, 드로잉, 설치, 사진, 비디오, 디지털 작품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 아트바젤 온라인 뷰잉룸은 오픈하자마자 접속자가 몰려 25분간 시스템이 다운되는 등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아트바젤 측은 “7일간 전 세계에서 25만 명 이상이 온라인 뷰잉룸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아트바젤 온라인 뷰잉룸은 고가 작품이 거래되는 예상 밖 성과를 거뒀다. 부산 조현화랑은 박서보 작가의 작품(2억 8천만 원 상당) 한 점을 독일 컬렉터에게 판매했다. 조현화랑은 이번 온라인 뷰잉룸을 박서보 개인전으로 구성해 초기 연필묘법과 후기묘법 작품 10점을 올렸는데 이 중 붉은색 색채묘법 작품이 거래됐다. 최재우 조현화랑 이사는 “매일 문의가 10여 건이나 들어왔다. 업로드한 것 외에도 특정 색상·사이즈의 작품이 있는지 화랑으로 직접 문의가 와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우환·하종현·김홍석 등 한국 작가와 아니쉬 카푸어 등 해외 작가의 작품을 출품한 국제갤러리도 상당수 컬렉터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라 오프라인 페어보다는 판매 속도가 더디지만, 작품 관련 문의가 계속 들어온다. 온라인 시장의 잠재력을 확인한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해외 갤러리들도 아트바젤 온라인 뷰잉룸이 새 고객 발굴과 시장 개척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홍콩 갤러리 뒤 몽드의 프레드 숄 회장은 “온라인 뷰잉룸을 통해 보여 준 작품이 세계 관람객의 관심을 끄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술 분야 인터넷 매체인 아트넷 뉴스는 “하우저&워스 갤러리가 제니 홀저 작품을 중동에서 접속한 고객에게 4억 3000만 원에 판매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온라인 뷰잉룸은 대형 갤러리 중심으로 움직이던 고객들이 중소 갤러리도 클릭하게 했다. 컬렉터 입장에선 시간이 날 때마다 온라인 전시장을 방문하고 구매 가능한 예산에 맞춰 작품을 부담 없이 비교해 볼 기회도 됐다. 중국 상하이에 기반을 둔 한 갤러리는 작품 제작 뒷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그간 세계 시장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작가의 작품을 대거 판매하는 성과도 거뒀다.

아트바젤 온라인 뷰잉룸은 문을 닫았지만, 컬렉터들의 개별 갤러리 접촉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성과 속에서 아트바젤 측은 행사에 참가한 갤러리들에게 온라인 뷰잉룸 사용과 관련한 피드백을 요청했다. 앞으로 이를 바탕으로 플랫폼 추가 개발과 지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아트바젤의 새로운 시도와 성과를 계기로 부산을 포함해 국내 일부 갤러리는 자체 온라인 뷰잉룸 개설에 관심을 두게 됐다. 지금까지 온라인 마켓은 미술시장의 ‘서브’였는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고 시장 확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조현화랑은 온라인 뷰잉룸 구축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국제갤러리도 “상설 온라인 뷰잉룸 개설을 적극적으로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 갤러리 중에는 자체 온라인 뷰잉룸을 운영 중인 곳이 없다. 조현화랑 주민영 실장은 “페이스갤러리, 하우저&워스, 페로탱 등 해외 대형 갤러리 4~5곳 정도만 자체 온라인 뷰잉룸을 운영하고 있다. 아트바젤 온라인 뷰잉룸이 국내 갤러리에 미술 작품 유통 구조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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