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 곤란·다리 부종, 심부전 의심해야”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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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전 증상과 치료

협심증이나 고혈압을 앓고 있으면 심부전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래서 심부전을 ‘심장병의 종착역’이라고 부른다. 동아대병원 임경희 교수가 심장 초음파 검사를 하는 모습. 동아대병원 제공 협심증이나 고혈압을 앓고 있으면 심부전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래서 심부전을 ‘심장병의 종착역’이라고 부른다. 동아대병원 임경희 교수가 심장 초음파 검사를 하는 모습. 동아대병원 제공

언제부턴가 계단을 오르기만 해도 과도하게 숨이 차다. 조금만 움직여도 답답하고 숨이 차 바깥 활동을 피하게 된다. 수시로 기침이 나고 심한 호흡곤란 증세를 느끼기도 한다. 심한 날엔 잠을 자다가도 숨이 차서 깨어난다. 몸이 붓기도 하고 기운이 없는 날이 많아진다. 이유도 모른 채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 본인의 심장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협심증·심근경색 등 심질환 환자

유방암 항암 치료 후 발병 늘어

심전도·초음파 영상 통해 진단


만성기 환자는 약물 치료로 완화

‘심실재동기화치료’ 장치 삽입

만성 심부전은 심장이식 고려도


■심부전, 심장질환의 종착지

심부전은 심장의 기능 저하로 신체에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서 생기는 질환이다. 고령과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이 심부전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근경색과 같은 심장혈관 질환과 판막질환도 흔한 원인이다. 이밖에 장기간의 빠른 맥박(빈맥), 과도한 음주, 극심한 스트레스 등도 심부전을 유발한다.

우리나라가 고령 사회가 되면서 심부전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심부전 유병률은 2015년 기준 1.6%이며, 2040년에는 2배 이상인 3.3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60세 이상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80세 이상 노년층의 심부전 유병률은 13.8%(여자 12.2%)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심부전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호흡 곤란, 피로감, 다리 부종이다.

처음에는 등산하거나 계단을 오르는 등 힘든 일을 할 때만 호흡곤란을 느낀다. 하지만 심부전이 진행되면 걷거나 말을 하는 일상적인 활동에도 호흡 곤란이 유발된다. 누우면 호흡 곤란이 더 악화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부종은 주로 발목이나 정강이 앞쪽에 나타난다. 또 원인을 모르는 피로감이 지속될 수 있다. 많은 환자가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도 심부전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단지 나이 탓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적절한 시기에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에 협심증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허혈성 심질환을 앓았던 환자도 심부전이 자주 발생한다. 심근경색으로 심장혈관이 막혔던 환자의 경우, 중재 시술이나 수술을 통해 막힌 혈관을 개통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심장 근육의 괴사는 돌이키기 어렵다.

동아대병원 심혈관센터 임경희 교수는 “결국 허혈성 심질환, 판막질환, 부정맥, 선천성 심질환 등의 심장질환이 악화돼 발생할 수 있는 ‘심장질환의 종착지’가 심부전인 셈이다. 이외에도 유방암 환자가 항암 치료를 받은 후에 심부전 발병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혈액검사와 심장 초음파로 진단

심부전이 의심되는 경우 간단한 심전도 혹은 가슴 흉부 사진을 통해 진단이 가능하다. 가슴 흉부 사진에서 심장의 비대와 폐부종이 있다면 심부전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심부전 초기에는 진단을 위해 보다 정확한 검사 도구가 필요하다. 심부전의 진단에 가장 필수적인 검사 방법은 심장 초음파 검사다. 심장 초음파는 심장의 중요 해부학적 구조와 크기, 기능을 초음파를 이용해 확인할 수 있는 장비이다. 방사능을 사용하지 않는 검사 방법이기 때문에 심부전 위험인자를 가진 환자들의 선별검사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최근 알려진 BNP, NT-proBNP 검사는 혈액 검사만으로 심부전을 진단하고 경과 추적도 가능하다.

심부전의 치료 목표는 증상을 개선하고, 반복적인 입원과 그로 인한 사망을 줄이는 데 있다. 대부분의 만성기 심부전 환자는 시술이나 수술 없이 약물치료로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흔히 고혈압약으로 알려진 앤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 앤지오텐신 수용체 길항제, 베타차단제, 알도스테론 길항제 등은 심부전 환자의 생존율을 높여준다. 생존율을 높이지는 못하지만 증상 완화 목적으로 이뇨제나 혈관 확장제, 강심제 등의 약제를 쓴다.

좌심실의 수축 기능이 매우 저하된 심부전 환자는 약물치료나 심실재동기화치료(CRT)라고 하는 장치를 심장 내에 삽입할 수도 있다.

동아대병원 심혈관센터 임경희 교수는 “고혈압 당뇨병 등 심부전 위험인자를 가진 환자들은 발병 전에 교육을 받거나 선별검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증상이 있는 환자는 환자 상태에 따라 적절한 약물치료를 유지하면 완치가 되지 않더라도 병을 조절하며 살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장이식 인공심장 등 외과적 치료

이러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급성 심부전으로 인한 심한 호흡 곤란이나 심인성 쇼크가 동반되면 기계 호흡과 체외순환장치 등의 보조 장치가 필요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급성 심부전을 치료하고 퇴원한 환자의 사망률은 1년째 18.2%, 2년째 27.6%, 3년째 34.7%로 알려져 있다.

반복적인 급성 심부전을 경험하거나 약물치료로 조절되지 않는 만성 심부전 환자는 심장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 외과적 치료법 중 장기 예후를 호전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심장 이식 후 5년 생존율이 75% 이상이다. 그러나 심장 이식은 뇌사자의 심장 기증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심실의 기능을 반영구적으로 보조하는 인공심장이 일부 병원에서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심부전 치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심부전을 조기에 인식하고 치료와 관리를 시작해 말기 심부전으로 진행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다.

심부전 환자는 규칙적 운동이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격렬한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술과 담배는 끊어야 하고 철저히 처방약을 복용하면서 정기적으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급성 호흡곤란이나 부정맥, 뇌졸중 등이 의심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응급실을 방문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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