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기억상실증을 막는 법, 사진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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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문진우 개인전 ‘부산’
흑백으로 담은 30년 전 풍경

문진우 사진가는 부산 도시 풍경의 변화를 아날로그 흑백 사진으로 보여 준다. 1989년 7월 사상공단 침수 현장, 1990년 온천동 시외버스터미널, 1991년 2월 눈 내린 부산 시내 전경(사진 위부터) 등 30년 전 풍경이 새롭다. 갤러리 네거티브 제공 문진우 사진가는 부산 도시 풍경의 변화를 아날로그 흑백 사진으로 보여 준다. 1989년 7월 사상공단 침수 현장, 1990년 온천동 시외버스터미널, 1991년 2월 눈 내린 부산 시내 전경(사진 위부터) 등 30년 전 풍경이 새롭다. 갤러리 네거티브 제공

1989년 7월 사상공단 침수, 1990년 9월 온천동 시외버스터미널, 1991년 2월 눈 오는 날…. 흑백 아날로그 프린트로 만나는 30년 전 부산.

“사진을 본 사람들에게서 ‘불과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많이 바뀌었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문진우 사진가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1990년대와 흑백사진으로 인화된 1990년대 사이에 일종의 ‘갭’이 있다고 했다. 기억 속 풍경을 실물로 확인하면 건물이나 거리의 차량에서 ‘오래됨’이 확 느껴지기 때문이다. 부산 중구 대청동 갤러리 네거티브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가 문진우 개인전 ‘부산’에 가면 아련함이 묻어나는 옛날 부산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문진우 사진가는 고등학교 1학년이던 1975년부터 사진을 찍었다. “고2 때는 공부를 내팽개칠 정도로 사진에 빠졌다. 대학 졸업 후 취업하고 경제력이 생기면서 4~5년 정도는 시간만 나면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그러던 문 사진가는 1988년 말 창간을 준비 중인 항도일보(부산매일신문)에 입사했다.

원 없이 사진을 찍어 보고 싶어서 사진기자가 된 그는 1993년 부산일보 1층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 ‘불감시대’를 열었다. 기자 생활 동안 3회를 비롯해 지금까지 20여 회 개인전을 열었는데 대부분 부산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부산과 부산사람을 촬영한 사진들을 소개한다.

허벅지 높이까지 침수된 사상공단 도로를 사람들이 줄지어 걸어가는 장면, 현재 롯데백화점 동래점 자리에 있었던 온천동 시외버스터미널 공사 현장, 영화 ‘예스마담 3’ 포스터가 붙은 거리를 지나가는 여학생 모습 등 작품 90% 이상이 전시로 소개된 적이 없는 미발표작이다.

문 사진가는 “정규 사진교육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풍경사진이 요구하는 구성법을 피해 보고자 했다. 그러다 보니 계속 도시를 찍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2007년 부산시보 창간 30돌을 기념한 ‘부산 30년 어제와 오늘 비교 사진전’을 의뢰 받으며 ‘사진의 기록성’에 주목하게 됐다.

“1950~1970년대 사진 200장을 주면서 나에게 같은 위치에서 재촬영을 해 달라고 하더라. 전시회에 온 사람들이 사진을 보며 감동하는데 ‘이게 기록의 힘이구나’ 생각했다.” 문 사진가는 그 이후로 도시 변화를 기록하는 일에 더 매진하게 됐다고 전했다.

문 사진가는 ‘내 마음속 다큐 한 장’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페이스북에 자신의 과거 사진을 스캔해 올리고 있다. 지금까지 부산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 293장을 소개했다. 자신이 촬영을 나간 현장 사진에 촬영장소, 날짜, 시간 정보를 더한 ‘지금 부산’도 꾸준히 업로드 중이다.

그는 부산의 어제와 오늘을 기록하는 사진가로 남을 것이라 했다. “문진우하면 부산이 떠오를 수 있도록 앞으로도 부산을 주제로 한 작업과 전시를 계속 이어갈 계획입니다.” ▶사진가 문진우 개인전=26일까지 갤러리 네거티브. 010-2098-4933. 오금아 기자 chris@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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