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기 때만 영웅? 간호사는 24시간 환자 곁에 있다
황지원 대한간호협회 부산시간호사회 회장

금방 해결될 것 같았던 코로나19 상황은 우리의 일상까지 바꿔버렸다. 국가의 활력 엔진까지도 멈춰버릴 것 같은 불안과 위기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누구보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간호사가 있다.
간호사들은 감염의 두려움을 사명감으로 이기고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부산시 간호사들도 1월 중순부터 자원봉사 물결에 동참해 지역사회의 감염을 온몸으로 막고 있다.
이 같은 간호사들의 헌신에 찬사가 쏟아졌다. 며칠 전 세계보건의 날에 대통령은 “간호사는 국민을 지키는 일등공신”이라며 격려했다.
언론 매체들도 연일 간호사들의 칭송 대열에 나섰고, 선거철과 맞물려 여러 정당이 간호사의 이미지를 사용했다. 그야말로 인기 상종가로 홍보 아닌 홍보가 됐다. 평소 간호사 홍보를 할 때 느꼈던 사회의 벽과는 180도 달랐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왠지 낯설지 않다.
시간을 2015년 메르스 때로 돌려보자. 간호사들은 무서운 감염병과 싸우며 24시간 환자들을 지켰다. 자신의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간호사에 대한 영웅 만들기가 대대적으로 시작됐다.
온 사회가 간호사를 치켜세우고 높은 곳에 올려놓았다. 그러다 위기상황이 종식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져 버렸다.
사실 간호사들은 자신들의 권익에 대해 주장할 줄 모른다. 환자 돌봄을 숙명처럼 여기며 자부심을 갖는 사람들이다. “왜 자원봉사에 나섰느냐”는 질문에 한 간호사는 “당연히 내가 갈 자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염려를 뒤로하고 한걸음에 대구로 달려가는 진정한 이유다.
하지만 언제까지 간호사들의 봉사와 수고에만 기댈 것인가?
사스와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감염 대란은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그때마다 사후처방으로 지역별 감염병 전담병원 설치와 전문 인력배치 등이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매번 일이 터질 때면 간호사 인력이 부족한 것에 대해 통탄해하면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간호인력 수급과 업무를 계획해야 할 보건복지부 내에 전담부서도 제대로 없다.
복지부 내에서 4개 국과 10개 과에서 간호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간호 정책 추진이 여러 부서에서 발생되면 의견 수렴의 통합이나 정책의 연계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간호정책 태스크 포스(TF)팀이 설치됐지만, 임시직제로 있다.
우리나라는 감염병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 만성질환관리제, 지역사회 통합 돌봄 사업인 커뮤니티케어 등의 보건정책을 역점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전문가로서 국민건강관리의 한 축을 책임지는 간호사들의 질 높은 서비스가 중요하고, 간호 인력의 수준은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간호전담부서 설치가 필요하다.
올해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한 세계 간호사의 해이다. 우리 중 누구도 상상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의 상황은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해 간호 인력을 지원하고 투자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코로나19의 사태를 통해 매번 위기 때면 간호사의 봉사와 헌신에만 기대고 간호사를 영웅으로 칭송만 할 게 아니라 전문 의료인으로서 간호사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그 어떤 것보다 간호 인력을 지원하고 투자하는 해가 되길 간절히 바라며, 21대 국회에서는 간호사를 위한 좋은 정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기를 희망한다.
간호사가 건강하고 웃어야 국민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