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숙의 매스토피아] 코로나19 사태로 보는 수학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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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응용수학과 교수

최근 범지구적으로 미디어와 시청자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코로나19 사태다.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여러 방면에서 작동이 멈춘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많은 손실이 우려된다. 각 학계에서도 코로나19 사태 잠식의 후속 조치뿐만 아니라, 추후 또 다른 팬데믹(pandemic) 발생에 대비한 논의와 대책 마련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물론 수학도 예외가 아니므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현재와 미래의 수학 교육 및 수학에 대해 몇 가지 논의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먼저, 원격 교육을 다시 실시해야 할 상황이 왔을 때, 원격 교육 플랫폼에 맞추어 수학 원리와 가치를 어떻게 제대로 잘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교사가 가르쳐 준 단순 공식 대입을 통한 문제 풀이로만 평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교사가 설명해 준 원리나 기본 개념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학생들이 자기 방식대로 재설명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둔 과제 평가 실시가 중요하다.


원격 교육에도 수학적 가치 반영돼야

고부가 가치 산업수학 활성화도 필수

이상 사회 구현에 수학 역할 더 절실


나아가 전반적으로, 원격 교육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디지털 교육을 위한 교사의 역량 강화, 수업 방법의 다양화, 교사와 학생 간의 소통의 폭 증대, 학생 만족도 높이기, 스마트 기기 및 무선 인터넷망 구축, 학부모 신뢰도 증진, 전문적 학습 공동체 활성화, 우수 사례 공유 등의 숙제를 잘 풀어가야 한다.

기술적인 결함으로 인해 활발한 토론 수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이에 필요한 국산 플랫폼의 개발과 유지 관리는 물론이고 학부모와 교사 교육이 동반되어야만 한다. 특히 원격 수업을 어떻게 디자인할지의 내용적 문제, 코로나 이후 원격 수업과 강의실 수업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의 문제, 평가 방법의 다양화 등을 해결해야 한다.

또한 현장에서 저작권 등의 연구 윤리 문제를 안고 있는 공개 동영상과 수업 자료 제작이 원할하게 이루어지도록 학교와 정부는 기기와 인력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제도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수학 교육뿐만 아니라 수학의 활용 문제도 이번 기회를 통해 재고해 보자. 코로나19 사태는 위기이지만 오히려 적절한 대응 및 후속 조치는 4차 산업 발전의 가속화를 예상케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욱 중요해진 상품과 서비스의 비대면 거래, 비대면 의료 서비스, 재택근무, 원격교육 등의 기반인 정보통신,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등의 4차 산업 육성에 적극적 투자가 절실하다.

1968년 홍콩독감,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사스, 메르스, 에볼라, 결핵,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등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잘 활용해서 디지털 플랫폼 및 빅데이터 확보, 신형 스마트 도시 및 산업단지 구축, 디지털 헬스 및 인터넷 의료 서비스 확충, 온라인 강의 및 교육 시스템 마련, 5G 응용, 전자상거래 및 공급체인 관리 등 생활 전반을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된다.

이러한 대책 마련의 핵심에 수학이 빠질 수 없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론이 탄탄한 실용수학의 발전이 가속화되어야 하고, 다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예측이 사회와 산업의 다양한 난제를 수학이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업 전반이 해결해야 할 생산, 공정, 보안 등의 난제들과 재난, 전염병 모델링, 범죄 예방, 교통, 환경, 복지 등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수학(Industrial Mathematics) 활성화 대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더욱이, 피치 못할 또 다른 팬데믹 등장에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동향을 파악하고 예방할 많은 데이터와 정확한 정보 확보가 있어야 하며, 이것들을 분석하고 예측해서 그 등장에 대처할 힘을 비축해야 한다. 실용 및 응용 수학을 연구하는 곳에 재정을 더 투자하고, 통계 및 빅데이터에 능숙한 인재를 집중 양성하고, 사회문제 해결에 접목된 공중보건학과 공학 발전에 정책적 그리고 사회 통념적으로 지지하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

헨리 키신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국가 번영은 국가기관이 재난을 예측하고 충격을 막고 안정을 복구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렇듯 팬데믹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국력을 반영하는 지표라 생각한다. 따라서 앞서 제안하였던 수학의 교육 및 산업 적용 방향에 대하여 정책적 사회적 논의는 더 적극적으로 진행됨과 동시에 꾸준히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수학의 중요성과 가치를 올바르게 교육하여 우리나라 사회가 이상에 더 한걸음 다가갈 수 있도록 기여하자’는 뜻의 매스토피아(mathtopia)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수학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무거워졌음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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