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전 시장 가족이 버리고 간 반려견, 부산시가 입양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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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전 부산시장 부부가 관사에서 키우던 반려견 ‘핫’과 ‘루비’. 오거돈 전 부산시장 부부가 관사에서 키우던 반려견 ‘핫’과 ‘루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파문으로 잠적한 뒤 시장 시절 입양했던 반려견을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오 전 시장은 재직 시절 ‘유기견 입양 문화 확산’ 홍보를 위해 유기견을 입양했다가, 시장을 그만두자마자 반려견을 버리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비난을 사고 있다.

부산시는 최근 오 전 시장 부부가 관사에서 키우던 반려견 ‘핫’과 ‘루비’를 입양했다고 11일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오 전 시장의 가족이 지난달 말 강아지를 못 키워 파양한다며 부산시에 입양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2년 전 방송 통해 유기견 입양

관사 나간 뒤 파양 의사 전달

“가족같은 반려견 버리다니” 비난


오 전 시장은 지난달 23일 사퇴한 뒤 행방을 감추고 경남 거제 등지로 잠적한 것으로 파악된다. 오 전 시장의 가족도 오 전 시장 사퇴 직후 관사를 떠났다. 이후 반려견 핫과 루비는 관사에서 버려진 채 관리인의 도움을 받으며 지내왔다.

핫과 루비는 2018년 8월 오 전 시장의 부인 심상애 씨가 입양한 반려견이다. 당시 모 방송국 유기견 입양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배우 김수미 씨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던 오 전 시장에게 입양을 요청했다. 이에 오 전 시장은 선뜻 입양하겠다고 화답했다. 오 전 시장은 이때 언론을 통해 “시민들에게도 유기견을 적극적으로 입양해 달라”고 밝히기도 했다. 핫과 루비의 입양 과정은 당시 방송으로 나가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오 전 시장은 지난해 1월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유기견 문제에 대해 시장직을 떠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꼈다”며 “유기견 입양은 입양이 되고 안 되고 문제가 아니고, 유기견의 생과 사를 가르는 문제이다. 유기견 입양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핫과 루비는 입양 이후 줄곧 관사에서 지냈으며 시민들에게도 인기가 높았다. 핫과 루비가 거주하는 공간의 펜스에는 ‘핫과 루비는 방송국 프로그램을 통해 오거돈 부산시장이 입양한 유기견 남매다. 유기견 문제의 심각성에 따른 입양 권장 등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조성에 앞장서고자 참여한 동물사랑 실천프로젝트의 일환이다’고 소개돼 있다.

한 번 버려진 유기견을 필요에 따라 입양하고 아무런 대책 없이 다시 버린 오 전 시장 측의 낮은 반려동물 인식에 대해 시민들은 분노했다. 수의사인 김 모(55) 씨는 “버려졌다가 오 전 시장에게 입양됐던 핫과 루비가 다시 버려진 것이다. 가족에게 두 번이나 버려진 핫과 루비가 받을 상처는 상상을 넘어서는 것이다. 핫과 루비가 앞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지적했다.

글·사진=김성현 기자 kksh@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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