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월파 다가오면 90도로 ‘기립’… 마린시티 차수벽 선다
입력 : 2020-05-12 19:52:58 수정 : 2020-05-13 10: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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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파 방지 목적의 기립식 차수벽이 설치되는 부산 마린시티 해안도로. 부산일보DB |
속보=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서 이르면 올해 말 해안 차수벽 설치 공사가 시작된다. 마린시티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던 2016년 태풍 차바 이후 5년 만에 월파 방지 시설이 첫 삽을 뜨는 것이다. 마린시티 해안 차수벽은 이동식으로 태풍 등이 올 경우에만 설치되는 방식으로, 국내에서 월파 방지 목적으로 설치되는 것은 처음이다.
부산시 등에 따르면 최근 행정안전부 중앙사전설계검토 회의는 수영만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을 위해 기립식 차수벽안을 조건부로 채택했다. 항만 재난 토목 등 분야 전문가 9명은 부산시가 제출한 기립식 차수벽 기본계획안에 대해 구조 검토, 경제성 확보, 비교 단면 제시 등의 보완 사항을 명시했다. 또 전문가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수준의 실험이 아닌 수리 모형 실험을 통해 차수벽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해소할 것을 주문했다. 회의에서는 부산시가 향후 기본계획안을 보완한 뒤 전문가들에게 관련 내용을 확인받는 방법으로 기본설계심의를 통과시키기로 했다.
행안부, 市에 구조 등 보완 주문
안전성 우려 해소 조건부 설계 통과
해수면 매립 후 2m 높이로 세워
비용은 정부-市 50대 50 부담키로
이르면 연말 착공, 안전 확보 관건
부산시 안에 따르면 기립식 차수벽은 현재 마린시티 영화의거리 호안 앞 7m가량의 해수면을 매립하고 최소 2m 높이로 세워진다. 기립식 차수벽은 평소에는 지면에 평행하게 눕혀 놨다가 재난 발생 직전 90도로 세워 파도가 넘어오는 것을 막는다. 시는 이르면 다음 달 중 검토회의 지적 사항을 보완해 기본설계안을 최종 확정지을 계획이다. 차수벽은 조수간만의 차를 막기 위해 마산만에 세워진 전례가 있지만 월파 방지 목적으로 국내에 세워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시는 기본설계안 보완을 마치고 3~4개월의 실시설계를 거쳐 이르면 올해 말 기립식 차수벽 공사에 착공할 예정이다. 공사 예산은 행안부와 부산시가 50%씩 분담한다. 올해는 23억 7500만 원이 책정됐고 2016년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지정 이후 국비로 내려온 예산 79억 원이 있어 착공까지 예산난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는 2016년 태풍 차바 피해로 마린시티가 자연재해개선위험지구로 지정된 뒤 행안부와 방파제 설치 논의를 5년째 이어왔다. 마린시티 앞에 길이 750m 방파제를 설치하는 안을 두고 행안부가 난색을 표하고 ‘기립식 차수벽 설치안’을 행안부가 올해 초 제의하면서 마린시티 방파시설로 국내 최초 기립식 차수벽안이 부상했다(부산일보 1월 9일 자 3면 등 보도). 논의 과정이 알려지며 기립식 차수벽 안전성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시는 기본설계, 실시설계와는 별도로 마린시티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차수벽, 방파제 설치 등으로 제기됐던 경관 훼손 우려, 안전성 우려도 해소해 나갈 계획이다. 기립식 차수벽의 안전성 문제가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은 만큼 주민 설명회 등을 통해 기존에 제기된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애경 마린시티 입주자연합회장은 “마린시티 주민들은 대부분 ‘차수벽이든, 방파제든 재난을 막아줄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면서도 “기립식 차수벽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고, 월파를 막는 목적으로는 국내 첫 시도라 걱정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