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뱃사람들은 외화 벌려고 사선 넘나들었죠”
전직 원양어선 선장들 '빠용 77' 출간 정진욱 씨 등 옛 부산수산대 동문 7명
부산 ‘마도로스’들의 바다 이야기 ‘빠용 77’을 펴낸 정진욱, 김석용, 하동현(왼쪽부터) 씨가 자신들의 책에 담긴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바다가 제2의 고향입니다. 아들에게 아빠의 고향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부산 ‘마도로스’ 7명의 바다 이야기를 수기 형태로 엮은 책 ‘빠용 77’이 최근 출간됐다. 참여 필진인 전직 원양어선 선장 정진욱(62) 씨는 책을 출간하게 된 동기로 ‘아들’을 꼽았다. 언젠가 자신의 이야기를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었고, 그러던 차에 대학 동기들과 의기투합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빠용 77’은 ‘바다 사나이’들이 겪은 바다 위 삶의 자서전이다. ‘빠용’은 ‘바다의 용사’를 줄인 말로, 경상도 뱃사람 특유의 정서에 맞춰 경음화한 것이다. ‘빠용’ 7명 중 6명은 현재 부경대학교로 통합된 부산수산대학교 77학번 동기고, 나머지 1명은 80학번 후배다. 이들 중 77학번 정 씨와 정 씨의 동기인 김석용(62) 씨, 그리고 80학번 하동현(59) 씨를 만나 ‘용사’들의 짠내 나는 바다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은 모두 원양어선 선장 출신으로 지금은 바다에서 떠났지만, 여전히 바다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조업 애환·만선 환희 등 경험담 담아
“가난한 나라 잘살게 만든 원양어업인
소중한 땀의 가치 제대로 알아줬으면"
‘빠용 77’이 태동한 곳은 수산대 77학번 동기들의 SNS 단체 대화방에서였다. ‘단톡방’에서 이런저런 일상사를 나누는 동안 늘 그들에게는 공통된 아쉬움이 있었다. 바로 뱃사람들이 그에 걸맞은 대접을 못 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에게는 지금처럼 윤택하지 않던 과거, 원양어업을 통해 외화를 벌어 나라 살림을 살찌웠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김 씨는 “우리들이 살아온 뱃사람으로서의 삶이, 바다에서 흘린 땀의 가치가, 오늘날 일반인들에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푸념들이 많았다”며 “그러던 중 ‘우리가 당시 바다에서 겪은 삶을 글로 옮겨 우리들만이라도 그때의 땀의 대가를 기억하자’고 의기투합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막상 의기투합은 했지만 평생 억센 팔뚝으로 바다를 누비던 그들이 노트북 자판을 두드려 자신들의 생각을 오롯이 글로 표현한다는 게 마음처럼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6명은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그들을 도운 것이 3년 후배인 하동현 씨였다. 하 씨는 지난 2016년 ‘무중항해(霧中航海)’라는 단편소설로 부산일보 해양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하 씨가 키를 잡으면서 이들의 ‘출판’이라는 항해는 제 방향을 잡고 순항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빠용 77’이 탄생했다. 구체적인 책 내용을 물었다. 정 씨가 책의 부제를 읽어준다. ‘바다 사나이들의 사랑과 우정의 기록’. 정 씨는 “망망대해에서의 애환과 만선의 환희, 삶과 죽음의 사선을 건넌 이야기 등 생생한 바다의 기록들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옆에서 김 씨와 하 씨가 “조업 중 선원 실종, 파키스탄어장 나포사건, 침몰선박 구조 지원, 포클랜드 어장 개척, 무장단체 포격 사건…” 이라며 여러 에피소드를 나열한다. 생생하다.
그들이 다 못 꺼낸 에피소드도 많다. 또다른 ‘빠용’들이 또 한 번의 책으로 못다한 에피소드들을 풀어낼지도 모르겠다. 하 씨는 “다음 번엔 우리 80학번들의 이야기를 모아 ‘빠용 80’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중간에 정 씨가 끼어든다. “바다는 말 없는 선장이요, 선장은 말하는 바다”라고 말하는 정 씨의 말에서, 이후로도 계속될 ‘빠용’들의 바다 이야기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 오른다.
글·사진=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