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인 줄 아셨죠? VR로 재활치료 해요”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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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환자 재활치료

성상민 신경과 교수가 진료실에서 내원 환자에게 슈퍼 VR을 이용한 재활 훈련을 설명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제공 성상민 신경과 교수가 진료실에서 내원 환자에게 슈퍼 VR을 이용한 재활 훈련을 설명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제공

60대 중반 J 씨는 매일 오전 대학병원 재활센터에서 팔 장애 훈련을 받고 있다.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훈련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매일 병원을 오가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다.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자 의료진은 “J 씨의 경우 집에서도 VR(Virtual Realty·가상현실) 단말을 활용한 회복 훈련을 계속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에 J 씨는 병원에서 제공한 VR 단말을 착용하고 본인의 증상에 맞게 설정된 프로그램에 따라 재활 훈련을 할 수 있게 됐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집 안에서 게임을 하듯 훈련을 할 수 있어 만족감이 아주 컸다. J 씨가 가정에서 VR 단말을 통해 재활 훈련을 하며 쌓인 데이터는 추후 의료진이 분석해 J 씨의 증상을 진단하는 데 활용된다.


뇌 질환으로 인한 편마비 환자

가상현실 속 망치질·물 따르기 등

기능적인 과제수행 재활 치료 도움


높은 몰입감·실재감 바탕 효과 커

시간·공간 제약 없이 훈련 가능


■정통적인 뇌졸중 재활 치료

무엇에 얻어맞아서 나가떨어진 상태라는 ‘졸중(卒中)’에서 알 수 있듯이, 뇌졸중은 겉으로 멀쩡해 보이던 사람도 일격에 덮치는 뇌혈관 질환이다.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허혈성 뇌졸중과 뇌혈관이 터져서 발생하는 출혈성 뇌졸중(뇌출혈)으로 나뉜다. 둘 다 뇌 기능에 심대한 손상을 입힐 뿐 아니라 생명까지 위협한다.

갑작스럽게 닥친 뇌졸중은 자칫 생명을 위협할 뿐 아니라 심대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심하면 사회활동은 고사하고 편마비 증상으로 일상생활도 혼자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옛날에는 뇌졸중을 치료할 방법이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의학이 발전하고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춰져서 적절한 재활 치료를 받으면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기능 회복은 발병 3~6개월 안에 80% 정도가 이루어진다. 이 시기가 재활 치료의 골든타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해당 기간에 넘어져서 다치거나 감염돼 재활을 받지 못하면 기능 회복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정통적인 재활 치료법으로 건측 운동 제한 치료법이 있다. 마비가 안 된 쪽(건측)의 팔과 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마비된 쪽의 팔과 손을 운동시키는 치료법이다. 슬링(Sling)과 장갑을 착용하고 반복훈련을 하면서 뇌세포를 재연결시키는 효과를 얻는 것이다.

전기자극을 이용해 근육이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치료가 바이오피드백이다. 인체가 동작을 수행할 때 근육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를 이용해 적절한 근육수축과 정상적인 동작 훈련을 실시하는 근전도 바이오피드백도 뇌졸중 치료에 적용되고 있다.

‘고유수용성감각’은 우리 몸에 있는 감각 중의 일부이다. 5감(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 다음의 6번째 감각으로 자세 평형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점프 후 원하는 곳에 착지해 아름다운 연기를 펼칠 때 가동되는 것이 고유수용성감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뇌졸중 환자는 고유수용성감각을 키우기 위해 트레드밀 위에서 걷기 운동, 컵에 물 따르기 등 낮은 단계의 운동을 한다.

뇌성마비 아동에 적용되는 보바스 치료법도 뇌졸중 치료에 효과가 있다. 비정상적인 반사를 억제시키고, 정상적인 자세반응을 강화시키는 훈련이다. 근육 긴장도가 높은 환자와 긴장도가 낮은 환자에 따라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치료한다.

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윤진아 교수는 “다리 쪽 기능 회복에 비해 쥐기나 조작과 같은 섬세한 동작이 많은 팔의 기능 회복이 매우 느릴 수 있다. 팔 기능 회복에는 손동작 조절을 향상시키기 위해 특정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다양한 치료법을 환자 상태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VR 원격 재활 솔루션 개발 착수

뇌 질환으로 인한 편마비 환자들의 재활 치료는 기능적인 과제수행 훈련이 중요하다. 훈련을 반복하면서 팔과 손 마비를 개선하는 것이다.

가상 수업이나 가상 여행처럼 의료 분야에서도 VR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VR 기반 재활 훈련은 가상현실을 통해 장소, 시간의 제약 없이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슈퍼 VR 기기를 착용하고 가상현실 속에서 리모컨을 활용해 망치질, 물 따르기, 블록 쌓기 등의 훈련을 함으로써 마비 쪽 손발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부산대병원 신경과 성상민 교수는 “운동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신경이나 신호체계가 자극을 받아 환자의 운동 능력이 향상되는 원리이다. VR 기반의 재활 훈련 솔루션을 활용하면 보다 높은 몰입감과 실재감을 바탕으로 효과를 상승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대병원과 KT는 화상회의 시스템과 VR의 가상모임 플랫폼 ‘인게이지’를 활용해 VR 원격 재활 훈련 솔루션을 올해 안에 공동 개발키로 했다. 양 측은 이를 위해 ‘VR 원격 재활 훈련 솔루션 공동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T는 실감미디어와 5G(세대) 기술 역량을 토대로 VR 기반 재활 솔루션 고도화 개발을 총괄하고, 부산대병원은 이를 의료 현장에 적용하게 된다. 환자별 증상에 적합한 VR 재활 훈련을 한 후 실제 개선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 연구를 의료진들이 맡게 된다.

부산대병원 최병관 융합의학기술원장은 “VR 기반 헬스 케어 솔루션이 상용화되면 현실과 다름없는 가상 환경에서 몰입도 높은 재활 훈련을 지속할 수 있어 환자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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