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방역물품 지원에 등돌린 민심… "주낙영 경주시장 해임" 청원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경주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자매·우호 도시에 방역물품을 지원한 것과 관련해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22일 경주시청 홈페이지를 비롯한 주낙영 경주시장 SNS에는 항의성 댓글이 폭주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주 시장의 해임"과 "지자체 세금으로 지원된 비축분에 대해 임의로 국외반출하지 못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려달라'는 청원까지 잇따르고 있다.
경주시민이라고 밝힌 A 씨는 "주 시장 해임" 청원에서 "관광도시 경주는 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아 경제가 반토막이 난 상태다. 이런 와중에 경주시에서 일본에 방역물품을 지원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경주시는 더 큰 위기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주시장의 오만하고 독단적인 행정으로 인해 경주시민 모두가 싸잡아 비난을 당하고 관광도시 경주를 보이콧하는 사람들이 번지고 있다"며 "경주시민을 위해 일해야 할 경주시장이 오히려 경주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해임건의안을 상정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중앙정부는 국내 정서를 고려해 일본 정부가 먼저 공식 요청하지 않는 한 지원을 검토하지 않겠다고 고심 중인데 지자체가 부적절한 시기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부는 미국과 벨기에, 룩셈부르크, 에디오피아 등 22개 유엔 참전국에는 마스크 총 100만 장을 지원했다. 다만 국민 정서상 일본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감사 뜻 표하는 일본 나라시장 (경주=연합뉴스) 경주시가 지난 17일 자매결연 도시인 일본 나라시와 교류도시인 교토시에 각각 비축 방호복 1천200세트와 방호용 안경 1000개씩을 항공편으로 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사진은 일본 나카가와 겐 나라시장이 경북 경주시가 보낸 방역물품을 받은 후 '감사합니다'란 팻말을 들고 서 있는 모습. 경주시 제공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이날 주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 방역물품 지원에 대해 "대승적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2016년 지진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을 때 경주시는 일본의 해외 자매·우호도시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금은 일본이 우리보다 방역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럴 때 대승적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문화대국인 우리의 아량이고 진정으로 일본을 이기는 길이 아닐까?"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쟁 중 적에게도 의료 등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한다"면서 "과거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고 300년 동안 한반도의 수도로서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넓은 포용력과 개방성에 있었다. 지금의 경주도 다르지 않다. 외국에서 많은 손님이 와야, 다시 말해 열고 품어야 먹고 살 수 있는 국제관광도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경주시는 전날 일본 나라시와 교토시에 각각 비축 방호복 1200세트와 방호용 안경 1000개씩을 항공편으로 보냈다. 이달 말까지 자매결연도시인 오바마시, 우호도시인 우사시와 닛코시 등 3개 도시에 방호복 각 500세트와 방호용 안경 각 500개를 지원할 예정이다.
장혜진 기자 jjang55@busan.com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