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해양특별시 부산, 해양수도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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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림 동아대 교수·해양수산부 4차산업위원장

최근에 우리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삶을 살며,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큰 변화를 일으키는 중이다. 마스크를 쓴 얼굴이나 거리 두기와도 익숙해졌다. 글로벌 경제는 위축되고 국가 간의 교류는 단절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코로나로 인해 모든 분야에서 큰 변화가 나타나 새로운 대응 역량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정부도 이러한 글로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한국형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할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부산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2000년 ‘해양수도 부산’을 선포한 이후에 부산이 과연 해양수도로서 제대로 성장을 해 왔는가. 혹시 허울만 가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부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양수도의 인프라를 명실상부하게 갖췄다. 세계 컨테이너 처리 6위인 부산항을 중심으로, 한국해양대학교·한국해양수산개발원·국립해양조사원·국립수산과학원과 같은 연구 인프라, 국제수산물 도매시장·수산가공선진화 단지·선박 수리 조선 단지·부산항 국제선용품유통센터 등 산업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이런 훌륭한 인프라를 보유한 부산이 왜 해양수도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일까.


코로나로 모든 분야 새로운 역량 요구

‘해양수도 부산’ 성장 속도 반성 필요

해양 자치권 확보 최우선 선행되고

조직 체계 갖춰 불가역적 추진해야


부산은 해양 자치권이 없어서 스스로 항만 개발이나 해양관광 시행은 물론이고 유람선 하나도 제대로 띄우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 주도로 부산의 해양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 왔다. 이제는 부산 해양 산업 발전을 위한 새로운 변화, 즉 부산에 자체적으로 해양 산업을 발전시킬 기회를 부여할 시점이다. 새로운 글로벌 변화 속에서 지역이 세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중앙정부에서 하지 않고, 지역에서 잘할 수 있는 것은 지역 자체적으로 수행할 기회를 줘야 한다. 부산이 해양수도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자체적으로 해양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해양 자치권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항만 개발과 해양 산업 발전정책 수립을 자체적으로 수행해야 부산이 주도적으로 해양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단순히 중앙 정부에서 정해놓은 틀 속에 수행되는 사업을 관리만 해서는 안 된다. 부산의 우수한 인프라를 활용하고 다양한 조직의 힘을 모아 해양 산업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부산해양특별시’ 승격은 부산이 진정한 해양수도로 성장하는 시작이 될 것이다. 자식이 성장하려면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스스로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부산은 해양수도의 꿈을 이룰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 독립만 원하는 미운 자식이 아니라, 꿈을 향해 나아갈 의지와 역량을 충분히 보유한 든든한 자식이 되어야 한다.

현재 부산은 해양수도로 성장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는가? 모든 행정과 정책이 해양 중심으로 집중되는 것이 필요한데, 상대적으로 해양 수산 예산이 너무나 작다. 해양·농업·수산이 해양농수산국으로 통합 관리되고, 해양 관광이 문화체육관광국·해양농수산국·부산관광공사 등으로 분산된 것으로 볼 때, 아직은 해양수도의 위상에 맞추어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 같다. 부산시가 먼저 해양수도에 걸맞도록 해양 산업에 집중할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 정책이나 시장 교체 등과 같은 내·외부의 변화가 있어도 변경되지 않는 조직체계가 필요하다. 단기간에 변화시킬 사업과 정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여러 유관기관과 인프라를 연계하면서 추진할 기반이 필요하다.

해양수도라는 허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해양산업 발전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산업과 부가가치 창출도 있어야 한다. 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어촌 뉴딜 3 00 사업’과 같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공간과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다양한 해양 산업이 상생 발전하면서 상호 좋은 영향을 미칠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의 해양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산업 간의 융합과 연계를 통해 새로운 가치와 경쟁력이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양이 줄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이것을 누가 어떻게 먼저 체계적이고 혁신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부산을 해양특별시로 승격시키기는 쉽지 않다. 부산의 발전 전략정책을 해양도시 체계로 변화시키는 것,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의 새로운 해양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 모두가 어려운 일이다. 많은 준비도 필요하고 제약도 많아서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부산, 해양특별시를 위해서 한발 한발 나아가야 한다. 그 시작이 될 ‘부산해양특별시 승격’ 이 정치적 슬로건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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