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혐의' 오거돈 전 시장 영장 기각…"사안 중하나 도주 우려 없어"
영장이 기각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일 오후 입감되어 있던 동래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귀가하고 있다. 이상배 기자
법원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강제추행 혐의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오 전 시장은 불구속 상태로 경찰과 검찰을 오가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남은 수사를 받게 됐다.
부산지법 영장전담 형사1단독 조현철 부장판사는 2일 오후 부하 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은 오 전 시장의 영장을 기각했다. 조 부장판사는 "범행 장소와 시간 등에 비추어 사안은 중하나 증거가 모두 확보되었고 피의자가 범행 내용을 인정했다. 주거가 일정하고 가족관계나 연령 등에 비추어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라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5분께 걸어서 부산지방법원 정문을 통과한 오 전 시장은 입구에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으로부터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죄송합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청사 1층 출입구로 들어가 심문을 받았다.
1시간가량 심문을 마치고 동래경찰서 유치장으로 호송 차량을 타고 이동한 그는 경찰서에서도 마찬가지로 취재진과 맞닥뜨렸지만 죄송하다는 말 이외에는 별다른 말을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진 재판정에서는 달랐다. 예상 밖의 영장 신청에 맞서 전직 지법원장과 검사장 출신 전관 변호사들로 변호인단을 꾸린 오 전 시장은 거듭 '당시 추행은 우발적인 범행이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 역시 오 전 시장이 도주 우려나 증거 인멸 우려가 없으며 주거도 일정하기 때문에 영장이 기각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지역 법조계에서는 오 전 시장 측의 이 같은 주장을 피해자와의 합의, 심신미약 상태 인정 등 감경 요소를 최대한 끌어내 집행유예 선고를 받아내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이날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다면 오 전 시장은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 전까지 최장 10일간 유치장 신세를 져야 했다. 하지만 영장이 기각되면서 8시간 만에 귀갓길에 올랐다. 구속영장 청구가 적잖은 심적인 부담을 준 듯 오 전 시장은 이날 오후 2시께 유치장에서 '혈압이 오르고 가슴이 답답하다'며 불편함을 호소하며 인근 병원 응급실에서 신경안정제 처방을 받고 돌아오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전 법원 1층 입구에는 시민 2명이 오 전 시장의 출두 전부터 '성폭력 근절 내숭 떨더니…' 등의 문구를 쓴 피켓을 들고 그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은 오 전 시장의 영장실질심사가 시작한 이후에도 '부산시장 보궐선거 비용은 수십억 대 자산가인 오 전 시장이 물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상국·이상배 기자 ksk@busan.com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