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라-리] 삼다수 vs 에비앙 물 맛이 다를까?
독자 속풀이 프로젝트 '날라-Lee'.
<부산일보> 독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날라'주는 '이' 기자입니다.
기자가 무엇입니까. 권력 감시, 이슈 추적 등 묵직한 '스트레이트 펀치'만 날려야 합니까. 갈고 닦은 취재 기술로 일상 속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잽'도 던져야 합니다. 아쉽게도 현재 ‘이 분야’는 '너튜브'가 잠식했습니다.
'날라-Lee'가 도전합니다. '동치미 막국수'처럼 속 시원하게 뚫어드리겠습니다. 끝까지 파고들 테니 댓글로 무엇이든 제보해주십시오.
▶삼다수·에비앙 '맛'이 다를까
'국민 생수' 삼다수 vs 고급 호텔에서 두 병까지 무료인 '에비앙'
'랜덤박스'에서 고른 첫 편 주제입니다.
물 맛은 거기서 거기 아닐까요. 여태껏 집 앞 마트에서 제일 싼 '동원샘물'만 마셨는데….
'프리미엄 물 맛' 따지는 주변인들의 괜한 '허세'를 파헤쳐 봐야겠습니다.
▶'에비앙'을 찾아라
'물 부심' 있는 8명의 도전. 3개 물 후보군 중 에비앙을 찾는 '블라인드 테스트'
후보군은 삼다수, 백산수, 에비앙.
평창수도 후보군에 넣었다가, 입맛이 둔한 내가 봐도 '맛 차이'가 커 'OUT'.
물을 하루 꼬박 상온에 둬 물 온도는 동일합니다. 결과는 5명 성공, 3명 실패!
"더 청정하다" 등 어쩌고저쩌고 했지만 3명은 결국 틀렸습니다.
저도 성공했지만, 맛이 달랐다기보다 '느낌'으로 찍었습니다. '느낌상' 에비앙이 더 '무미'했습니다.
▶'진짜 전문가' 등장!
자칭 '미식가'들은 여기까지. '진짜 전문가' 워터소믈리에(배형근 한국워터소믈리에협회 회장) 등장.
'물 맛'은 '미네랄'이 결정한답니다.
삼다수는 미네랄이 적어 더 깔끔하고 청량한 맛.
반대로 에비앙은 많고 단단해 입에서 '미끄덩'거린답니다. 촉감이나 무게감이 다른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과거부터 '미네랄이 적은' 물에 익숙해 '삼다수'가 인기라고 합니다. 값비싼 유럽산 물은 '느끼하고 맛이 없다'고.
'센물'(미네랄이 많은)을 마셔 온 유럽인은 우리나라 물을 '맹맹하고 맛이 없다'고 말한답니다.
참고로 워터소믈리에는 물의 맛, 냄새를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입니다. 레스토랑 내 각 메뉴와 음료에 맞는 물도 추천한답니다.
역시 전문가는 다릅니다.
▶'미네랄'이 뭡니까?
말로만 듣던 '미네랄'.
칼슘, 마그네슘 등 광산에서 나오는 무기 성분(광물질)입니다.
칼슘, 규소가 많으면 단맛, 마그네슘, 황산이온, 염소이온은 쓴맛을 냅니다. 나트륨과 칼륨은 약간의 짠맛이 난다고.
물을 뽑아내는 지역, 지질에 따라 미네랄 성분과 함량이 다릅니다. 따라서 삼다수와 에비앙도 당연히 맛이 차이 납니다.
삼다수는 물이 지하로 빨리 스며드는 제주 화산지형에서 뽑아 미네랄이 적습니다.
에비앙은 알프스 산맥에서 녹은 물이 장기간 산을 타고 내려오면서 미네랄을 많이 머금습니다.
일반인이 두 물의 맛을 쉽게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미네랄이 내는 맛이 아주 미세하니까요.
여러 미네랄이 섞여 '무슨 맛'이라 말하기도 뭣합니다.
▶물은 이렇게 마셔라
물은 너무 차가워도 맛을 느낄 수 없습니다.
'물 맛'의 최적의 온도는 10~15도. 냉장고에서 물을 꺼낸 뒤, 잠시 상온에 둔 채 마시는 걸 추천합니다.
와인처럼 물도 '유리잔'에 마시는 게 좋습니다. 입에 물이 닿은 뒤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다르다고. 맛의 차이라기보다 '느낌의 차이'.
살균 등 위생적으로도 유리잔이 안전합니다.
잡내도 잡습니다. 이번 실험 때 종이컵으로 천천히 음미하니 '종이 잡내'만 올라왔습니다.
▶미네랄 많은 물이 좋다?
무조건 미네랄이 많은 물을 마셔야 좋을까요. 미네랄은 인체 성장, 체내 대사에 필수영양소입니다.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 정태욱 환경연구사에게 물었습니다.
물에 든 미네랄은 소량이라 건강에 큰 영향은 없답니다.
체내 부족한 미네랄 성분이 많은 물을 마시면 건강에 도움은 될 수 있다네요.
그러나 물만으로 충분한 미네랄을 섭취하기에 한계가 있답니다. 다른 음식으로 보조 섭취가 꼭 필요한 거죠.
또 갑자기 미네랄이 많은 물을 마시게 되면 탈이 나는 경우도 있답니다.
▶보관은 상온 or 냉장?
'건강한 물' 조건으로 더 중요한 것은 보관법.
국립환경과학원 실험에서 15~20도(상온)에 물을 3~4일간 두니, 미생물 수치가 수질 기준을 초과했답니다.
반대로 냉장 보관한 물은 일주일이 지나도 수치가 기준치 이하.
또 물은 한 번 뚜껑을 따면 최대한 빨리 마셔야 한답니다. 뚜껑 따는 순간 미생물이 자란다고.
입을 대고 마시는 것도 'X'. 그 순간 미생물이 먹는 물 기준치의 9배로 증식한답니다.
하루 지나면 기준치의 400배인 4만 마리가 득실댄다네요.
하루 지난 찝찝한 '차 안의 물'도 당연히 버려야 합니다. 여름철 차 안 온도가 50도 이상 넘어가면, '미생물 파티'가 열립니다.
어제 마신 아메리카노, 아끼지 말고 버려야 합니다.
▶에비앙 왜 비싸나
이왕 한 김에 '물 값' 차이도 알아보겠습니다.
실험하면서 에비앙 가격에 식겁했습니다. 동네 마트에서 백산수, 평창수, 삼다수 2L짜리 한 개씩을 사니 2600원이었습니다.
에비앙은 마트에 없어 편의점에서 샀습니다. 500ml 3개 값이 무려 4800원!
2L짜리 3개보다 500ml 3개가 2200원이나 더 비쌉니다.
편의점이라 더 비쌀 수 있습니다. 유명 인터넷 쇼핑몰인 '○○○몰'에서 가격을 봤습니다.
500ml 기준입니다. 삼다수는 개당 430원.
에비앙은 개당 1080원으로 2배가 넘습니다.
참고로 백산수는 340원입니다.
알프스 산맥의 '고급 미네랄' 때문일까요. 비싼 물류비와 수입 관세가 반영된 탓일까요.
각 업체에 물어보니, 가격 책정 기준은 기본적으로 '기밀'입니다.
에비앙코리아는 "본사에서 결정하는 부분이며 브랜드 가치, 물류비 등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합니다.
삼다수 제조사인 제주개발공사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제주 지하수의 '공수화' 측면을 고려해 가격이 책정됐다"고 말합니다.
●날라-Lee의 결론
'물 맛'은 미네랄 함량 차이로 다르다.
'맛있는 물'은 10~15도에서 유리잔에 마셔라.
입 대고 마신 물은 하루 지나면 과감히 버려라.
에비앙은 물류비, 브랜드 가치 때문에 '많이' 비싸다.
글=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영상=김강현 PD gangdoo@busan.com
그래픽=장은미 부산닷컴 기자 mimi@busan.com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 김강현 PD gangdoo@busan.com , 장은미 기자 mim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