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균형발전·지방분권, 문 정부는 초심으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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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2월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 선포식’에서 “우리 정부는 노무현 정부보다 더 발전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입니다”라고 선언했다. 그해 9월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수도권의 122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추가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4·15 총선을 앞두고 “총선이 끝나는 대로 공공기관을 이전해서 국가균형발전이 이뤄지도록 당이 책임지고 나서겠다”고 재차 확약했다. 그랬던 이 대표가 그제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 임기 내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은 선거용 정략이었단 말인가.


경제 위기 핑계 수도권 집중화 안 돼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약속 지켜야


정부는 코로나발 경제 위기를 핑계로 ‘수도권 중심주의’를 노골화하는 모양새다. 최근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전면 전환해 국내 유턴기업을 수도권에 우선 배정하고, 지방에 올 경우에만 주던 보조금을 수도권에도 지급하기로 한 것도 그렇다. 수도권 규제 완화라는 손쉬운 해결책으로 사실상 유턴기업의 지방 유치를 막은 셈이다. 정부는 수도권 집중 심화를 가져올 3기 신도시 수도권 GTX사업에 12조 9456억 원이나 쏟아붓기로 했다. 반면 내년 2월 개통을 앞둔 복선전철 경전선 ‘부전~마산 구간’을 도시철도로 운행하려면 해당 지자체들이 수백억 원을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거의 모든 자본을 수도권 인프라 구축에 투입하면서, 비수도권 인프라 구축은 수도권 주민의 관광 목적 정도로 하찮게 생각하는 것이다.

부산지역 미래통합당 초선 의원들이 “수도권 규제 완화는 지역 경제를 더욱 피폐하게 만든다”며 재검토를 촉구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여권이 주도하는 국가균형발전 의제에 대해 야당은 그동안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까지 나서서 제2차 공공기관 이전 등 더 강력한 균형발전 정책을 속히 추진하라는 요구에 대해 정부와 여권은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를 맞아 천호선 노무현재단 이사가 “문재인 정부가 상대적으로 국가균형발전 정책엔 집중하지 않고 있는 듯해 아쉽다”고 비판한 의미를 새겨야 할 것이다.

이미 수도권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절반을 초과한 기형적인 상태다. 올해가 수도권 유입인구 역대 최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니 할 말을 잊게 된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권은 하반기에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을 포함한 수도권 규제 완화를 더 세게 추진할 것이라니 걱정이다. 수도권 초집중화는 경쟁을 가속화시켜, 수도권 주민마저 힘들고 병들게 만든다. 문 정부 임기는 이제 2년도 남지 않았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국가균형발전을 강조한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코로나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비수도권이다. 지역의 원성에 귀를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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