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믈리에보다 민감한 떫은맛 감별하는 ‘전자 혀’ 나왔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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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혀를 구강 모형에 부착한 모습. UNIST 제공 전자 혀를 구강 모형에 부착한 모습. UNIST 제공

인간의 영역으로 치부됐던 와인의 떫은맛까지 감별하는 ‘전자 혀’가 개발됐다. 인체의 맛 감지 원리를 모방한 이 전자 혀는 떫은맛을 수치로 표현할 수 있어 각종 식품, 주류 개발사업, 과수 모니터링 분야 등에 폭넓게 활용할 전망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부 고현협 교수팀은 ‘미세한 구멍이 많은 고분자 젤’을 이용해 ‘떫은맛’을 감지하는 ‘전자 혀’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사람은 와인이나 덜 익은 과일을 먹으면 입안이 텁텁해지는 떫은맛을 느낄 수 있다. 와인에 포함된 타닌과 같은 ‘떫은맛 분자’가 혀 점막의 단백질과 엉기면서 일종의 응집체를 만드는데, 이 응집체가 점막을 자극하면, 인체는 이를 떫은맛으로 인식한다.


연구진은 인위적으로 이 응집체를 만드는 ‘이온전도성 수화젤(하이드로겔)’이란 것을 이용했다. 생소한 이름의 수화젤은 부드러우면서 유연하고 얇아 혀처럼 생겼다. 젤 표면에는 미세한 구멍이 많아 용액을 잘 받아들이고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특히 수화젤에는 혀 점막의 단백질과 같은 ‘뮤신’을 갖고 있다. 뮤신은 점액 성분으로 음식물을 이동시키는 일종의 윤활유다. 침이 끈적한 것도 뮤신 때문이다. 연구진은 여기에 떫은맛 분자인 ‘폴리페놀(타닌도 폴리페놀의 일종)’과 전기적 신호로 반응하도록 염화리튬을 사용했다. 수화젤이라는 전자 혀 위에서 단백질인 뮤신이 떫은맛 분자와 엉겨 응집체를 만들고, 이 응집체가 염화리튬의 움직임을 변화 시켜 떫은맛을 전기 신호로 바꿔주는 방식이다.


전자 혀를 개발한 UNIST 고현협 교수 연구팀. 우측 부터 고현협 교수, 공동 제1저자 최아영 연구원, 제1저자 염정희 연구원. UNIST 제공 전자 혀를 개발한 UNIST 고현협 교수 연구팀. 우측 부터 고현협 교수, 공동 제1저자 최아영 연구원, 제1저자 염정희 연구원. UNIST 제공

연구진은 이렇게 개발한 전자 혀로 와인, 덜 익은 감, 홍차 등의 떫은맛을 감지하는 실험을 했고 그 결과, 전자 혀는 레드, 화이트, 로제 와인의 다양한 떫은 맛까지 구별했다.


제1 저자인 염정희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훈련을 받은 전문가는 수십 마이크로몰(μM) 농도의 떫은맛을 검출할 수 있는데 비해, 이번에 개발한 전자 혀는 2~3 마이크로 몰 수준의 훨씬 낮은 농도의 떫은맛까지 검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현협 교수는 “값싸고 유연한 재료를 이용해 소형화한 전자 혀를 개발했다”며 “제작이 간편하고, 분석을 위한 복잡한 준비 과정이 없어 식품, 주류 산업뿐만 아니라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 연구는 미국과학협회(AAAS)에서 발행하는 세계적인 권위지 사이언스 (Science)의 자매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Science Advances)’에 지난 6일 자로 게재됐다.


권승혁 기자gsh0905@busan.com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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