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빠진 교육당국, 학생학대 신고한 교사 징계…법원이 '정의구현'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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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강사 학대 정황 신고했다가 징계받고 휴직
재판부 "징계 위해 실시된 부실감사…불이익 매우 커"

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방과 후 강사들이 학생을 학대하는 정황을 발견하고 신고한 교사가 오히려 징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1, 2심 법원은 징계가 부당했다며 교사의 손을 들어줬다.

10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2016년 2월께 경남 모 학교에서 방과 후 강사 2명이 중학생들에게 욕설과 폭행 등 상습적인 학대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강사들은 '악기 연주를 못 한다' 등 이유로 욕설을 하는가 하면 뺨을 때리거나 악기로 머리를 때리고 가슴을 발로 차는 등 폭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 교사는 이 사실을 교장에게 보고하고 개선을 요구했으나 아무 시정조치나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같은 해 7월 전교학생회의에서 학생들이 피해 사실을 직접 밝히며 학내에서 공론화됐다. 이에 A 씨는 강사들의 학새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 강사 2명은 학대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한 명은 기소유예, 나머지 한 명은 무혐의 처분을 받는데 그쳤다. 기소유예란 혐의는 인정되지만 사건의 위중이 경미해 검사의 재량으로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것이다.

해당 학교 임시 전체학부모회의 결과도 상식 밖이었다. 회의에서는 'A 교사의 전출이 확정되지 않을 경우 전교생의 등교를 거부하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A 씨가 학대를 미리 방지하지 못한 책임이 있고 학생들에게 수업을 받지 않도록 선동했다는 이유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에 신고한 당사자가 A 씨인 사실도 노출됐다.

이후 도내 한 교육지원청은 A 씨에게 학교 폭력업무 사안 처리 소홀로 경고 처분을, 성실 의무위반 및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주의처분을 내렸다. 아동학대를 미리 알고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고, 학부모들로부터 민원이 제기됐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것이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장학사 B 씨는 "강사들이 폭력적이고 좀 비인간적인 교육을 한다 싶어도 조금 더 큰 것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을 희생하는 부분이라고 공감할 수 있는 자리였으면 한다"며 문제의식이 없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장학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방과 후 강사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 학부모들과 교장 선생님 생각이 다르다면 이 자리에서 조율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이 사건으로 불안증, 적응 장애, 우울증 등을 앓다 결국 휴직했다.

이후 그는 '공익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보호조치를 신청해 징계 취소통지를 받았다.

또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제기한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1심과 항소심 모두 승소했다.

지난 해 7월 1심 재판부는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이 명백함에도 재량권을 일탈한 경우"라며 "이로 인해 A 씨가 받은 정신적 고통을 도와줄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올해 5월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감사는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내용이 부실할 뿐만 아니라 징계를 위해 실시됐다"며 "A 씨는 경찰 신고자라는 사실이 알려져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등 불이익이 매우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장학사 B 씨는 "학부모들이 방과 후 수업을 원하니 대승적 차원에서 원만히 해결하자는 취지로 말했지 폭행을 묻어주자 이런 얘기를 어떻게 하나"라며 "A 씨가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해 경찰, 국민권익위 조사를 받았으나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당시 해당 학교 교장이었던 C 씨는 "그 일을 왜 저에게 물어보나 모르겠다. 저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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