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영남 차기 대권주자들은 다 어디 갔을까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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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무소속 홍준표(왼쪽)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인사를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무소속 홍준표(왼쪽)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인사를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역대 대선에서 영남 출신 대권주자는 여야 양쪽에서 가장 승산이 높은 후보로 인정받았다. 호남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계열에서는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영남표를 최대한 많이 끌어올 수 있는 PK(부산·울산·경남) 후보 필승론이 현재도 유효한 전략으로 거론되며,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미래통합당은 당연히 지지기반이 두꺼운 영남 주자들이 후보를 도맡아 왔다.

이 때문에 현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유력한 차기 주자에 영남 출신이 즐비했다. 그러나 대선을 1년 9개월 앞둔 현 시점에서 영남 대권주자들을 둘러보면 그야말로 ‘지리멸렬’한 상황이다.


김경수·조국 등 PK 여권 잠룡들

검찰 수사 ‘복병’ 만나 대오 이탈

김영춘·김부겸, 총선 실패 ‘상처’

무소속 홍준표·김태호 ‘먹구름’

대선 1년 9개월 앞두고 ‘지리멸렬’


문재인 정부 탄생의 1등 공신인 PK 여권 선두주자들은 검찰 수사라는 복병에 무너졌다.

현 정부 초대 민정수석으로, 개혁의 상징과도 같았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조국 사태’ 이후 ‘내로남불’과 적대적 진영 정치를 고착화시킨 인물로 이미지가 변질됐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일부 지지층의 팬덤은 여전하지만, 눈앞에 닥친 검찰 수사라는 고개를 넘어 현실정치로 복귀하는 시나리오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 영혼까지 아는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로 복심 중의 복심인 김경수 경남지사도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됐으나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1심 재판에서 법정구속되면서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지만, 대법원 최종심까지 상당 기간 재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미 차기 대선가도에서는 이탈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4·15 총선도 영남 주자들의 희비를 갈랐다. PK 대표선수로, 대권도전 의사를 분명히 했던 김영춘 전 의원은 총선에서 서병수 전 부산시장을 꺾고 대권가도에 속도를 내려던 계획이 틀어지면서 동력이 꺾였다. 21대 국회 전반기 사무총장에 내정된 김 전 의원은 일단 숨고르기를 하면서 당내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민주당이 후보를 내는 것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있다는 점에서 상황은 극히 불투명하다.

역시 총선 고개를 넘지 못한 대구의 김부겸 전 의원은 차기 대선 출마 포기를 전제로 8·29 전당대회 출마 결심을 사실상 굳혔다. 유력 당권·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대세론을 막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셈인데, 일단 대권가도에서는 한발 물러선 셈이다. 김 전 의원으로서는 당권을 잡은 뒤 ‘차차기’를 노려볼 수 있겠지만, 6년 뒤에도 지역주의 도전의 상징으로 그의 이미지가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경북 출신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경남 창녕 출신인 박원순 서울시장도 민주당 대권 경쟁에 가세했지만, 수도권 기반이 강한 편이어서 영남 후보라는 인식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이 때문에 PK에서는 최근 각종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김두관 전 경남지사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유력 주자로 부상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래통합당 내에서도 대권 재도전을 선언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이번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어렵사리 생환했지만, 대권 시나리오를 가동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복당 문제조차 언제 풀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내년 4월까지 통합당의 키를 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두 사람에 대해 ‘대권후보로서 시효가 다 됐다’는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점도 두 사람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다.

여기에 김무성 전 의원은 대권 도전을 포기하고 ‘킹 메이커’로 돌아섰고, 유승민 전 의원은 낮은 대중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여당과 제1야당을 벗어나서는 부산 출신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최근 행보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특히 안 대표는 최근 통합당 김종인 위원장의 기본소득, 전일보육 등의 정책 이슈에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보이며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 이 때문에 통합당 기존 대권주자들 대신 대안을 찾는 김 위원장이 안 대표와 다시 손을 맞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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