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가 뭉쳤다, 음악과 전시로 보고 듣는 ‘베토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계기로 클래식과 전시를 결합한 공연을 선보이는 정진경(왼쪽), 정선경 자매. 강원태 기자 wkang@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계기로 클래식과 전시를 결합한 공연을 선보이는 정진경(왼쪽), 정선경 자매. 강원태 기자 wkang@

독일에서 각각 음악과 미술사를 전공한 자매가 뭉쳤다. 부산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발하게 연주 활동을 하는 언니와 프리랜서 전시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동생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계기로 특별한 컬래버 공연을 준비했다.

에델 현악 사중주단(에델 스트링 콰르텟·바이올린 정진경·오근영, 비올라 강수이, 첼로 김혜지)의 바이올리니스트 정진경(38), 큐레이터 정선경(36) 자매가 함께 구성한 공연이 오는 9일 오후 7시 부산 해운대구 부산디자인진흥원 전시실에서 열린다. 클래식 공연과 전시가 결합된 드문 기획이라는 점에서 자매를 함께 만났다.


바이올리니스트 언니 정진경

전시 큐레이터 동생 정선경 씨

베토벤 탄생 250주년 컬래버 공연


언니인 정진경 바이올리니스트가 “동생은 깊이 공부하고 오래 묵혀서 나오는 편이라면 나는 확 추진하는 편”이라고 말하자, 동생 정선경 큐레이터는 “언니가 추진력이 좋아서 새로운 걸 제시하면 나는 점검하는 식으로 서로 보완이 되는 것 같다”고 맞장구를 쳤다.

에델 현악 사중주단은 지난 2월부터 베토벤 현악 사중주곡 전곡 연주에 도전하고 있다. 올해 12월까지 총 6회에 걸쳐 공연하는 기획이다. 자매가 함께 참여한 컬래버 공연은 시리즈의 3번째다. 베토벤 현악 사중주곡 중에서도 초기 작품인 3, 4, 5, 6번을 연주한다.

정 바이올리니스트는 “5번까지는 하이든과 모차르트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6번 작품에 들어서 마침내 베토벤의 독창적인 색깔이 드러난다”면서 “6번은 베토벤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하게 한 곡이자 처음으로 현악 사중주곡에 제목을 붙여 음악사적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6번 4악장에는 ‘멜랑콜리’(우울 또는 비관주의)라는 뜻의 표제 ‘La Malinconia’가 붙었다.

함께 열리는 전시 ‘베토벤 모뉴먼트’와도 일맥상통한다. 독창적이면서도 인간적인 베토벤을 시대별 예술가가 해석한 전시를 돌아보는 기획이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빈 분리파 미술가 구스타프 클림트, 막스 클링거가 참여한 1902년 전시(베토벤 사후 75주년), 독일 현대 미술의 거장 요제프 보이스가 재현한 베토벤의 부엌을 주제로 하는 1970년 전시(베토벤 탄생 200주년), 올해 미국 뉴욕과 베토벤의 고향인 독일 본, 오스트리아 빈 등 전 세계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풍경을 한자리에 모았다.

정 큐레이터는 “시대별로 베토벤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점이 재밌다”며 “1902년 전시에서는 인간적인 모습의 ‘연약한 영웅’ 베토벤에 주목을 했다면 1970년에는 1·2차 세계대전의 상흔에 시달리던 당시 유럽인이 베토벤의 부엌에서 삶의 의지와 희망을 본다”고 말했다. 올해 베토벤 기념 전시는 베토벤의 전원교향곡에서 확장된 자연보호운동, 베토벤의 고향에서 그의 젊은 날을 따라가는 앱 VR 체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열리고 있다.

베토벤을 주제로 공연과 전시를 기획한 자매에게 베토벤은 어떤 의미일까. 정 바이올리니스트는 “앞서 두 차례 공연하면서 베토벤의 대중성을 깨달았다. 사실 현악 사중주는 클래식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이지 못한 장르인데 ‘또 오고 싶다’는 관객 반응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정 큐레이터는 “베토벤이라는 거장에게서 나오는 예술적인 오라(아우라)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도 많은 예술가와 대중에게 영향을 끼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자매는 8월과 10월 공연도 컬래버 계획을 하고 있다. 베토벤 현악 사중주 중기 작품을 연주하는 8월 공연은 베토벤 후원자였던 라즈모프스키를 부제로 잡았다. 공간도 베토벤 시대를 느끼도록 구성할 예정이다. 10월 공연은 베토벤이 귀가 먹어 유서까지 쓰면서 예술혼을 불태웠던 후기 작품과 현대 비디오 아트 작가의 작품을 병치할 계획이다. 베토벤 현악 사중주 전곡 연주 시리즈는 12월 17일 베토벤의 생일날 대망의 막을 내린다.

정 바이올리니스트는 “앞으로 4번의 공연이 남았는데 큰 그림에서 보면 베토벤과 연결되는 과정”이라며 “베토벤의 예술혼을 공감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전시& 현악 사중주 전곡 연주 시리즈 3=7월 9일 오후 7시 부산 해운대구 부산디자인진흥원 전시실. 전시는 7월 7~9일 오전 10시~오후 6시 자유 관람. 전석 2만 원. 예매 인터파크(공연 1주일 전 오픈) 및 전화(070-7893-1072). 현장 구매 가능.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