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고문으로 온 몸에 화상…경찰도 "잔혹성 믿기지 않아"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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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후배·여자친구와 동거하다 3개월간 가혹행위 당해

중학교 후배와 그의 여자친구로부터 수개월 동안 고문 수준의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가 17일 낮 전남 무안군 한 종합병원병실에서 기자들에게 참혹했던 경험을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학교 후배와 그의 여자친구로부터 수개월 동안 고문 수준의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가 17일 낮 전남 무안군 한 종합병원병실에서 기자들에게 참혹했던 경험을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집에 살던 연인에게 지속적인 가혹행위를 당한 20대 남성의 사연이 공개돼 사회적 파문이 예상된다.

17일 낮 전남 무안군 한 종합병원에서 온 몸에 화상을 입고 두피까지 벗겨진 A(24) 씨가 동거하던 중학교 후배와 그의 여자친구로부터 약 3개월 동안 고문 수준의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밝혔다.

A 씨와 아버지의 진술을 종합하면 A 씨는 지난 2월 돈을 벌겠다며 고향 광주를 떠나 중학교 후배 박 모(21) 씨, 그의 여자친구 유 모(23) 씨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군대를 제대한 뒤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던 A 씨는 경기도에서 함께 일해보자는 박 씨의 제안에 따라 이들 커플과 동거를 시작했다.

A 씨는 박 씨와 같은 직장에서 일하며 함께 생활비를 벌기도 했지만, 이내 일이 힘들다며 직장을 관뒀다.

이후 A 씨는 일용직으로 돈을 벌어 생활비로 내면서 동거를 이어가려 애썼지만, 평소 주먹으로 한 대씩 폭행을 일삼던 거구의 박 씨는 골프채 등 둔기를 휘두르는 등 폭력의 수위를 높여갔다.

박 씨 커플의 가혹행위는 고문 수준으로 발전했다. 별다른 이유 없이 끓는 물을 수십차례에 걸쳐 몸에 끼얹는가 하면 몸을 불로 지지기도 했다. 불을 가까이 대는 것이 무서워 도망가면 박 씨 커플은 '깔깔깔' 웃어댔다는 것이 A 씨의 증언이다.

이러한 폭력과 가혹행위는 3개월여간 계속됐고, 이 과정에서 A 씨의 두피는 벗겨지고 온몸에는 3도 화상을 입었다.

고통이 심해져 씻지도 못하고 피부가 괴사하면서 몸에서 악취가 나자 박 씨 커플은 A 씨를 화장실에서 살게 했다.


고문 같았던 가혹행위 증언하는 피해자. 연합뉴스 고문 같았던 가혹행위 증언하는 피해자. 연합뉴스

A 씨는 커플의 협박 때문에 도망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박 씨 커플이 "도망가면 부모님 집에 불을 지르겠다" "가족에게 위해를 가하겠다" 등 위협했다는 것이다. 또 A 씨가 일을 그만둬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며 수억원대 차용증을 쓰도록 하고 "집에 가고 싶으면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화장실에 사실상 감금된 A 씨는 생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세면대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며 하루하루를 버텼다고 했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A 씨는 실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종종 걸려오는 가족들의 연락에는 "잘 지내고 있다"고만 했다.

가혹행위가 이어지며 A 씨의 건강이 악화하자 박 씨 커플은 화상 전문 병원을 찾아 광주의 한 병원에 그를 입원시켰다. 그러나 병원비가 없던 A 씨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퇴원해 다시 박 씨 커플을 만났다가 가혹행위가 반복되자 지난달 말 고향으로 도망치 듯 돌아왔다.

그러나 상처 투성이에 두피까지 벗겨진 모습을 차마 부모에게 보여줄 자신이 없었던 A 씨는 집 인근에서 서성이다가 작은 목소리로 "아빠~"라고 불렀다.

집을 떠난지 5개월 만에 돌아온 아들의 목소리에 문밖으로 나온 아버지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차마 눈 뜨고는 못 볼 정도였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아들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속상했던 아버지는 "에라 이놈아"라며 아들의 가슴을 가볍게 밀쳤고, 온 몸에 화상을 입었던 A 씨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즉각 경찰에 신고했다.

A 씨의 부친은 "너무 화가 나서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며 "자식이 이렇게까지 당하고 있는지 몰랐던 부모들도 참 잘못된 사람"이라고 자책했다.



한집에 사는 지인을 고문 수준으로 학대한 혐의(특수상해)를 받는 20대 연인이 1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자 광주 북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집에 사는 지인을 고문 수준으로 학대한 혐의(특수상해)를 받는 20대 연인이 1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자 광주 북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사건의 잔혹성 등을 고려해 집중 수사를 펼치고 박 씨 커플을 검거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 씨는 일부 혐의만 인정하고 있고, 유 씨는 A 씨가 자해한 것이라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한 경찰은 A 씨를 돕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해 치료비와 심리 지원 방안을 찾아 지원책을 끌어냈다.

광주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잔혹하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지 믿기지 않았다"며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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