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톡톡] 임신해도 고양이와 이별하지 마세요!
김성언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필자는 동물병원을 개원한 지 올해로 16년 차를 맞았다. 과거와 비교해 보면 반려묘 인구는 엄청나게 증가했다. 매년 반려묘 인구가 늘고 있으며 현재도 꾸준히 성장 중이다.
반려묘를 가족으로 맞이하기 전 계획을 세워 입양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연히 길을 가다 고양이를 운명적으로 만나 ‘집사’의 길로 들어서는 사람도 많다. 이를 흔히 ‘간택 당했다’고 표현한다. 그렇게 운명적으로 만나 집사에게 많은 기쁨을 주는 예쁜 고양이임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정보로 인해 이별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중 하나가 임신과 고양이에 대한 정보다. 집사들이 임신했을 때, 제일 많이 하는 질문이 “고양이와 같이 생활해도 괜찮은가요?”이다.
실제로 임신 후 고양이를 입양 보내는 집사가 적지 않다. ‘고양이가 톡소플라스마 감염을 일으키며, 그로 인해 임신부가 유산이 될 수도 있다’라는 말 때문이다. 이 말에 따르면 임신부는 절대 고양이를 키우면 안 된다. 하지만 사실을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톡소플라스마증을 일으키는 톡소플라스마 곤디는 온혈 동물에 감염되는 원생동물로서 최종 숙주가 고양이다. 그러나 감염된 대부분의 고양이는 임상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임신부가 톡소플라스마증에 걸리려면 여러 조건이 성립되어야 한다. 먼저 고양이가 톡소플라스마 곤디에 감염된 중간 숙주인 쥐 또는 감염된 음식물을 섭취한 후 분변으로 오오시스트(기생충의 알)를 배출해야 하며, 화장실을 24시간 이상 청소하지 않은 상황에서 분변으로 나온 오오시스트가 감염력이 있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그 분변이 임신부에게 노출돼야만 감염이 된다.
복잡한 설명만큼이나 임신부가 톡소플라스마증에 걸릴 확률은 희박하다. 임신부와 함께 사는 고양이가 집 안에만 있고 사료를 주식으로 먹으며 하루에 한 번씩 분변을 치우기만 한다면 톡소플라스마증에 의한 유산은 ‘절대’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필자는 실제로 전국 9대 도시에 대한 집고양이와 길고양이 톡소플라스마 감염에 대해 조사해본 바가 있다. 조사 결과 어떠한 집고양이도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되어 있지 않았다. 2010년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한 다른 조사 결과에서도 집고양이에게서 톡소플라스마 감염이 발견되지 않았다.
톡소플라스마의 감염 경로는 고양이뿐 아니라 육류를 익혀 먹지 않았을 때, 제대로 씻지 않은 채소를 섭취했을 경우 등 다양하다. 현재까지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를 통해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됐다는 보고는 없다. 그러니 함께 사는 고양이로 인해 감염을 걱정하고 그로 인해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입양 보낼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