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고래고기 사건, 공수처가 답이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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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고래고기 사건’은 범죄 스릴러처럼 탁류를 헤맨다. 검찰이 경찰에 압수된 30억 원대 불법포획 고래고기를 검사 출신 변호사를 통해 돌려준 전관예우 의혹이 자욱하게 깔려 있다.

이 사건은 극심한 연쇄반응을 일으켰다. 먼저 경찰과 검찰 사이에 죽자 살자 싸움판을 촉발했다. 울산경찰청 황운하호(號)의 수사 착수와 검사의 수사 비협조, 피의사실 공표죄로 되레 경찰을 수사한 검찰의 역공까지…. 숨 막히는 검경 대립 속에 사정 권력의 민낯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2차전은 검찰이 청와대를 물고 늘어진 울산시장 부정선거 의혹이다. 곧바로 ‘황운하 대 김기현’의 격돌이 펼쳐졌다.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의혹이 검찰 손에서 상당 부분 힘을 잃고 난 뒤였다. 국민의 혼란을 반영하듯 두 사람은 나란히 국회에 입성했다. 여의도 연장전이 속불처럼 타오르는 분위기다.

송철호 울산시장과 청와대 실권자들이 검찰에 끌려다니는 통에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여야 정치권에 상당한 파문이 일었다. 이 사건은 ‘조국 파동’과 맞물려 중앙지검의 손바닥을 맴돌았다. 울산시장 선거와 관련해 조국과 송철호 후보 사이에 교감설이 나돌았다. 점점 교묘하고 복잡한 사건으로 확산했다. 일련의 과정을 꿰어 보면 이 시대의 권력 중심에 선 고래들이 세상의 바다를 뒤집어 놓은 싸움판이었다. 여기에는 청와대 행정관의 수수께끼 같은 죽음을 풀어낼 열쇠도 숨어 있을 것이다. 울산시장 부정선거 의혹은 이제 막 재판이 시작됐으니, 숱한 시간과 한숨을 소모할 것이 뻔하다.

황운하 의원은 그간 “(하명수사 의혹이)고래고기 사건으로 인한 검찰의 보복성 수사”라고 열을 올렸다. 만약 고래고기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다면 검경 갈등도, 피의사실 공표 수사도, 울산시장 측근비리 의혹도,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도 일어나지 않거나 다르게 전개됐을까. 고래고기 사건의 나비효과가 국민에게 너무 깊은 상처로 남았다.

경찰은 수사 개시 약 3년 만인 지난 6일 고래고기를 돌려준 검사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죄가 없어서가 아니라 죄를 밝히지 못한 까닭이다. 의문이 생겼다. 경찰은 왜 고위공직자수사처 설립을 코앞에 두고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링에 서 있다 TKO를 당하기보다 12라운드에 수건을 던진 꼴이다. 명분보다 실리를 택한 경찰을 놓고 조직 내부에서조차 비판적 시각이 팽배하다.

이제 누군가는 고래고기 사건을 완전히 덮으려 할지 모른다. 경찰과 검찰이 풀지 못했으니 기댈 곳은 공수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가 해당 사건을 공수처로 들고 갈 태세다. 고래고기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얽히고설킨 각종 의혹을 규명할 밑돌을 놓는 일이다. 누구든 끝났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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