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준 기념관 주춧돌 놓은 소설 ‘번개와 천둥’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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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고 이규정. 부산일보DB 소설가 고 이규정. 부산일보DB

부산의 소설가 이규정 선생이 2018년 82세로 타계하기 3년 전에 출간한 장편 소설이 〈번개와 천둥〉(작은 사진·산지니)이다. ‘몽골의 슈바이처’로 일컬어진 박애주의자 의사이자 독립운동가였던 대암(大岩) 이태준(1883~1921)의 일대기를 그린 실화 소설이다.

경남 함안군은 지난 17일 이태준 기념관 착공식을 했다. 함안군의 ‘대암 이태준 선생 기념사업회’ 이창하 사무국장은 “이규정 선생의 장편 소설이 기념관 착공에 큰 디딤돌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역사 속의 한 줄 기록과 흔적을 감동의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 작가적 상상력이 현실적 힘을 발휘한 셈이다. 그만큼 이태준의 삶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한 것이다. 〈번개와 천둥〉은 출간 이듬해 몽골어로 번역돼 몽골에서도 출간됐다.


소설가 고 이규정의 실화 소설

독립운동가의 삶 공감대 확산

경남 함안서 17일 기념관 착공


이규정이 〈번개와 천둥〉에 바친 노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우선 고인은 이태준을 접하고 2번 놀랐다고 한다. 2001년 몽골에서 이태준의 무덤을 보고 이 먼 곳에 38세 젊은 나이에 독립운동을 하다가 스러진 귀한 생명이 있었다는 것에 놀랐고, 여행 뒤 관련 자료를 찾다가 자신과 이태준이 경남 함안으로 같은 고향이라는 사실에 또 놀랐다고 한다. 이규정은 2011년 〈번개와 천둥〉 집필에 착수했다. 그러나 그해 봄에 그만 남해고속도로에서 큰 교통사고를 당한다. 이후 후유증 때문에 죽음의 문턱을 몇 번이나 넘나들었다. 다시 소설을 집필하게 된 것은 이듬해 후반이나 되어서였다.

그리고 2년여 혼신의 힘을 기울여 완성했다. 왜 그는 그토록 이 소설에 매달렸던가. “나는 왜로(倭虜)와 싸운 분은 어느 분에 대해서나 깊은 존경심을 품고 있는 작가다.” 2016년 고인은 또다시 건강이 악화했다. 그 와중에 그는 1990년대 출간된 뒤 절판된 소설을 〈사할린〉이란 이름으로 재출간했다. 식민지 역사에 할퀸 평범한 민초들의 이유 없는 고통, 사할린 동포들의 고단한 삶을 그린 장편 소설이었다. 우리 역사가 내던져 놓은, 저 먼 곳의 눈물과 아픔을 우리에게 전하기 위해서였다. 내년 초 개관한다는 이태준 기념관은 이규정의 작가 정신을 하나의 기둥으로 삼아 우리가 잊어가는 역사를 소중히 되살리는 장이 되길 바란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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